주식 투자자들이 최근 덩치 불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일부 증권사에 대해 ‘직원들의 일임매매와 부당한 투자권유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 동양 등 우량 증권사들이 수익성 다변화와 구조조정에 주력하는 것과는 달리, 지점망 확충 등 양적 경쟁에 나선 일부 증권사의 경우 신규 고객을 무리하게 유치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2개 주요 증권사의 투자관련 소송현황을 점검한 결과, 3월말 현재 이들 증권사가 고객들과 벌이고 있는 소송은 총 526건으로 조사됐다. 또 소송에서 패할 경우 손실로 확정될 우발채무 규모는 1조6,69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6월(554건, 1조9,791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28건, 소송 규모로는 3,1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가 수많은 증권사들을 스스로 비교ㆍ평가할 수 있도록 주요 회사의 소송 현황(http://www.fss.or.kr/kor/nav/framecheck.jsp)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요 증권사들이 약정 경쟁을 포기하고 질적 경쟁에 나서면서 투자관련 분쟁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이런 흐름과 동떨어진 채 양적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일부 증권사의 경우 오히려 분쟁이 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올들어 SK생명 인수와 지점망 확충 등 양적 팽창에 주력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6월 7건, 82억4,800만원이던 소송건수와 규모가 올 3월말에는 각각 9건과 119억6,8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동원금융지주에 인수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할 경우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 중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다. 다음으로 소송건수와 규모가 많은 곳은 외국계 자본의 국부유출 논쟁에 휩싸인 브릿지증권(2건ㆍ35억5,800만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 분쟁이 합의로 종결되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아주 드문 것을 감안하면, 고객 창구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소송건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 동양 우리투자 등 대형 증권사는 물론이고 규모가 작은 한양 서울증권 등도 소송건수와 가액이 크게 줄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6월 28건, 176억5,900만원에서 올 3월말에는 18건, 155억1,800만원으로 급감했고, 우리투자증권(구 LG증권)도 19건, 52억원에서 13건, 49억4,300만원으로 감소했다.
자산 규모가 미래에셋증권과 비슷한 한양증권의 3월말 피소건수와 규모 역시 지난해 6월(6건ㆍ74억원)보다 줄어든 5건, 10억1,500만원에 불과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단기간에 피소건수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해당 회사의 영업전략과 직원 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고객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없는 증권사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