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한 데다 우리나라 굴지의 재계 총수 대부분이 참석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대기업 총수들이 앞을 다퉈 상생협력을 다짐하는 바람에 회의도 당초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더 걸렸다. 실제로 각 그룹은 회의가 끝난 뒤 여러 가지 대책을 쏟아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은 협력업체 납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고 시설투자 및 기술개발 지원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이 같은 모습은 어려운 입장에 처한 동생을 돕는 믿음직스러운 맏형의 태도로 보였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최근 “중소기업에 현금 결제를 해 줄 경우 세제지원을 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기업의 연구ㆍ개발(R&D)을 독려하기 위해 연구ㆍ개발비 일부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것처럼 중소기업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세제지원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재계의 이 같은 요구는 오랜만에 보는 맏형의 미더운 모습에 박수를 보냈던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마치 “중소기업에 대해 횡포를 부리지 않을 테니 세금을 깎아 달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여전히 구태의연한 시혜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보여준다.
애초부터 다른 꿍꿍이속이 있어 중소기업을 돕는 척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기업에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노력이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중소기업과 상생을 하겠다는 마음마저 장삿속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상생협력대책을 시행한 지 한 달도 안 돼 세제지원을 요구하기보다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만족도가 과거보다 더 나아졌는지를 점검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박일근 산업부기자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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