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기에 직전인 18일 밤에서 19일 새벽사이에 중부전선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우발적 사고에서 계획적 사고로 사고경위가 바뀌는 등 육군의 발표가 오락가락하자 ‘GP내에서 술파티가 있었다’ ‘축구경기를 보느라 근무가 파행이 됐다’는 등의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당일 새벽까지 진행됐던 축구경기를 이날 사고와 연관시키고 있다. 이날 GP에서는 초소근무자 8명을 제외한 부대원 모두 19일 새벽1시께 끝난 한국과 브라질의 청소년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일부가 1시30분께 취침에 들어갔다는 것.
육군의 합동조사단은 “TV시청과는 상관없으며 TV를 봤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부인했지만 과거 GP경험이 있는 예비역들까지 나서 “주요한 경기는 예전에도 등화관제를 하면서까지 봤다”고 거들었다.
부대원들이 TV시청 이후에 술을 겸한 회식을 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취사장에서 총격을 당한 취사병이 새벽2시30분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몰래 회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려던 것이거나 회식 뒷정리였을 것이라는 근거까지 제시되고 있다.
또 26명이 잠자고 있던 내무반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25발의 총알이 난사됐음에도 사망자가 6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회식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사상자가 의외로 적었던 것은 일부가 내무반에 있지 않았고 실제 잠을 자고 있던 인원이 26명보다 적었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물론 육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극 부인하고 있다. 수류탄이 침상에 떨어지면 45도 위쪽으로 파편이 퍼지기 때문에 누워있는 병사들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적으며 김 일병이 총기를 난사할 때 방향조준 없이 ‘지향사격’을 했기 때문에 사상자가 적었다는 게 육군의 공식 설명이다.
또 과거 GP근무자 등을 중심으로 상황실의 위치가 어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종 유무선 통신시설과 간이탄약고가 설치된 상황실은 통상 내무반과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사고 GP에서는 막사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데다 내무반과 분리돼 있다는 것. 이 같은 구조에서는 다음 근무자를 깨우는 임무를 가진 상황병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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