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내용 가운데 공개하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3가지’를 20일 공개했다. 이날 정 장관의 국무회의 및 열린우리당 보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북미 수교시 장거리 미사일 폐기 의사 표명 ▦김 위원장의 남측 대북지원 첫 사의 표시 ▦경의선 철도 우선 개통 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장거리 미사일 폐기 문제. 김 위원장은 “미국과 수교하고 우방국가가 된다면 일반적인 국가가 보유하는 (단거리)미사일만 제외하고 장거리ㆍ대륙간 미사일은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 문제와 함께 북미, 북일간 최대 현안 중 하나였던 미사일 문제에서도 북한이 협상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은 1998년 8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왔고 당시 북미간 미사일협상이 개최될 정도로 미국에게는 근심거리였다.
북한이 만일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탑재해 발사할 미사일까지 보유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큰 우환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폐기 의사 표명은 새로운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경의선 우선 개통의사 표명도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신기원을 열 수 있는 사안이다. 그 동안 남북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따라 경의선ㆍ동해선 도로 및 철도연결 공사를 진행해왔다.
남북간 도로 연결공사는 모두 끝마친 상태다. 그러나 경의선 철도의 경우 남북 철로부설공사가 모두 끝났지만 동해선 남측 구간 공사가 끝나지 않아 경의선 철도를 개통할 수 없었다. 북측이 경의선 동해선 동시 개통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정 장관의 설명을 듣고 경의선 우선 개통에 동의했기 때문에 경의선의 시험운행이 곧 실시되고 개성공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이 남측의 대북 지원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남쪽에 공개해도 좋다고 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대북 퍼주기 논란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장관이 이날 공개한 3가지 비공개 내용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동의 발단은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이날 오전 11시 정 장관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통화를 한 뒤 이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정 장관이 국민에게 밝히지않은 약간 비밀스러운 3가지가 있는데 면담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기 때문.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정 장관이 직접 ‘비밀 3가지’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비서실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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