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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 연극 '강 건너 저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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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공동 연극 '강 건너 저편에'

입력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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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애는 하나만 낳겠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 여자들은 장남과는 결혼하기 싫다 하니,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 남자는 대부분 장남인데…” 실버 용품 판매원으로 서울에 파견 와 있는 일본 회사원 니시타니가 한국인들에게 하는 말이다.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마련한 한일 합동 공연 ‘강 건너 저 편에’가 두 나라의 현실을 담고 왔다.

볕 좋은 봄, 한강 둔치에 놀러 왔다 자리를 함께 하게 된 두 나라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와 소소한 해프닝들이 전부다. 그들의 대화는 극히 일상적인 것이지만 한국과 일본의 현재를 생생히,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사실주의 연극의 힘이 새삼스럽다. 대학 한국어 학당의 교사와 가족, 일본인 관광객들이 우연히 자리를 함께 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월드컵 이야기, 쇼핑 관광, 신혼 여행 대비용 훈련으로서의 한일 여행, 깊숙이 침투한 일본의 대중 문화 상품 등 대화의 주제는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에누리 없이 보여준다. 붕괴되는 한국의 가족 제도와 일본의 평생 직장 개념, 후리다(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 생활을 즐기는 일본 젊은이) 등 세태 풍속, 고부 갈등의 현재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한 캐스팅도 볼거리.

백성희 이남희 서현철 등 한국측의 배우진에 미타 가즈요, 사토 지카우 등 일본 신국립극장의 얼굴들이 맞선다. 특히 고령에도 불구,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백성희(80)씨의 연기는 여전히 깊은 울림이 살아 있다. 한국이 싫어진 아들이 “북핵 문제로 시끄러운 한국서는 못 산다”며 캐나다행을 고집하는 대목이 특히 그러하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며느리까지 가세하자, “난 안 가! 너희들이 와!”라며 분노에 찬 목소리를 던지는 대목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연극은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유치 기념 공연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사흘 동안 초연됐다. 이어 지난 5~6월은 일본 도쿄 등 6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을 가진 뒤, 이번 공연에서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기념’이라는 팻말을 달았다.

연극 평론가 김윤철씨는 “초연 당시, 월드컵의 북새통에 묻히고 말아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던 터”라며 공연을 반겼다. 일본 공연까지 감상한 김씨는 “갈수록 감동이 더해지는 독특한 연극”이라며 “정치적 시선으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문화적 관점의 우위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신혼 여행을 대비한 현지 투어”로 한일 관광을 표현한다든가, 짐이 유독 많은 일본 사람 관광객들은 쇼핑하러 온 것이라는 등 최근 양국 관계 풍속도에서 유추된 대사의 맛이 살아 온다.

무대 한 켠을 말 없이 쭉 지키고 서 있는 ?떤?すダ?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 온다. 스크린 자막을 이용, 한국어와 일본어가 나란히 사용된다. 김명화 작, 이병훈 연출. 일본측 극작ㆍ연출은 히라타 오리자. 7월 1~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금 오후 7시 30분, 토ㆍ일 오후 3시 (02)580-130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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