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일 정상회담에서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세미나를 하듯이 토론을 벌였으나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교류 확대를 통한 장기적 해결을 제시했으나 노 대통령은 근본 문제의 해결을 강조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의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대화록.
■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고이즈미 총리=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과거 전쟁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다. 본의 아니게 전쟁에 참가한 많은 일본인들을 추도하고 앞으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 참배해왔다. 전후 60년간 일본은 군사력을 억제해 가면서 평화를 지향해왔다.
노 대통령=신사참배가 과거의 정당화로 이해된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과거 전쟁이 영광스러운 것처럼 전시해놓은 것들이 있다. 과거 전쟁을 미화하는 나라가 막강한 경제력, 군사력을 갖고 있을 때 과거에 괴롭힘을 당했던 이웃나라는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역사 교과서
노 대통령=2002년에도 교과서 문제가 심각했는데 그때는 채택률이 낮아 그냥 넘어갔다. 금년에는 자민당 핵심세력이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을 지원한다는 보도가 있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초ㆍ중등 역사교육은 국가의 가치체계를 가르치는 것이다. 일본은 ‘교과서 검인정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역사교과서를 읽고 자라나는 일본 세대들이 과거 식민지 지배가 큰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
■ 역사 인식
고이즈미 총리=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전체를 보면서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교류를 확대면서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 대통령=교류ㆍ협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평화가 보장되기는 어렵다. 미래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첫째 외교적ㆍ정치적 틀을 만들고 둘째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셋째 교류ㆍ협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 속의 대결 전선이 남아있는 한 미래의 평화를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역사의 찌꺼기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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