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최근 주택가격 급등은 미국만이 아닌 전세계적 현상으로, 집값 거품이 터질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1.3%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미국 집값이 2003년 3ㆍ4분기부터 지난해 3ㆍ4분기까지 13.0%나 올랐고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 프랑스도 같은 시기 상승률이 5% 미만에서 10~17%대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세계적인 주택가격 급등을 세계화의 부산물로 분석했다. 즉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시장 개방이 주식시장에서 잃은 부(富)를 부동산에서 되찾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 불길하게도 거품 붕괴 경고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한 분석가는 현재 세계경제는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부동산투기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과잉설비 때문에 내년에는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투기가 심하고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10년 이상 극심한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이라는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경고와 맥을 같이 한다.
■ 부동산열풍이 몰아친 중국 상하이지역에서도 비슷한 위험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과열을 경계한 중국 당국의 개입으로 산업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중국의 경제위험이 상하이지역의 부동산 거품 붕괴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이 묶이거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흐름이 경색되면서 12개월 내에 30%이상 급락할 것이란 구체적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거품 붕괴가 중국경제의 하강과 연결돼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 최근의 요동치는 부동산시장을 보면 세계적 거품 붕괴 진앙지의 하나가 우리나라일 것이라는 예언의 실현 현장을 목격하는 기분이다. “은행 대출로 집을 샀더니 몇 달 새 수억원이 올라 표정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주변의 얘기는 강남이나 수도권만의 일이 아니다.
지방의 중소도시의 주상복합건물 분양사무실 앞 청약자들의 장사진은 거품 붕괴의 도화선을 보는 듯하다. 일본에 ‘잃어버린 10년’을 안겨준 부동산거품 붕괴를 이제 우리가 겪을 차례인가.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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