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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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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싣고 달리는 시골길 버스

울퉁불퉁한 시골길로 버스 한 대가 들어섰습니다. 읍내에서 하루에 꼭 한 번 들르는 시외버스였습니다. 몇 년을 이 버스만 몰아 온 기사는 구석구석 들어앉은 동네며, 장날 누가 읍내를 가는지 훤히 꿸 정도였습니다.

정류장에서 한참 서 있던 버스가 출발하려 할 때 한 승객이 소리쳤습니다. “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기 할머니가…” 보따리를 이고지고 달려오는 할머니 한 분이 기사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행여 버스를 놓칠세라 종종걸음을 쳤지만 버스 꽁무니가 멀게만 보였습니다. “에이. 이거 나 원 참.” 마음이 급한 승객들은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아 출발합시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릴 거요?” 참을성 없는 한 승객이 바쁘다고 재촉하자 기사가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기 우리 어머님이 오고 계셔서요.” “음, 나 원…” 화를 냈던 승객은 무안했던지 말꼬리를 흐렸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승객들의 시선이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청년이 할머니의 짐을 받았습니다.

“할머니, 짐 이리 주세요.” “아이고,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청년은 무거운 짐을 들고 할머니를 부축해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짐을 올려놓고 버스에 오르는 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승객들은 그 할머니가 기사의 어머니도, 청년의 어머니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않는 느림보 버스 기사는 이따금 아무도 없는 밤길에 전조등 불빛을 쏘아보내기도 합니다. 혹시 버스를 타려고 달려오던 손님이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살펴주는 것입니다.

일을 끝내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버스 기사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늦으셨네요. 얼른 타세요”“아이고 고맙소, 기사 양반.”“아, 밤길이 어지간히 어두워야 말이죠. 할아버지, 천천히 가도 괜찮으시죠?”“아, 그럼.”

느림보 버스는 사랑을 싣고 달리는 버스입니다.

http://blog.daum.net/charley/1680335

■ 한 박자 느리게… 인생을 즐기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투입 대비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같은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를 결정하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효율, 시간, 절약 같은 것을 따지지요. 그래서 남는 게 대체 뭘까요? 시간을 절약할수록 시간은 모자랍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선인들은 들어도 보지 못한 우울증이니, 스트레스성 질환이니 하는 새로운 병까지 생겨 버렸습니다.

제가 재작년에 심한 우울증을 앓아서 의사의 도움을 청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얘기하기를 “사람의 정신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잘 동작하는 것인데 이성적인 부분만 소모하면 뇌가 ‘일시 휴업 상태’가 돼 버린다”고 하더군요.

7~8년 정도 계속 스트레스가 쌓이면 거의 우울증으로 변한답니다. 그러니 이성을 다 소모하기 전에 감성적인 부분이 움직여야 이성도 쉴 수 있다더군요.

취미활동이라는 것이 결코 남는 시간에 하는 일이나 사치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 활동을 해야 이성도 좀 쉰다는 것입니다. 감성이 동작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이성은 일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쁠수록 돈 버는 일과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요리하기. 이건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것입니다. 요즘에는 만들어 둔 요리를 넣어 둘 냉장고 공간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과실주 담그기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채소 가꾸는 일도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깡통에 씨앗을 담아 파는 제품이 있거든요. 물을 주고 햇빛을 잘 쬐게 하면 됩니다. 책 읽기에 한번 빠져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을 남 좋은 일에만 쓰지 않으려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ttp://sunnykwak.egloos.com/140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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