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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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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착각

입력
2005.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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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한 건의 기사에서 크고 혼란스러운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엿볼 수 있다. 내게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앤소니 샤디드와 스티브 파인아루 두 기자가 쓴 ‘이라크 군대의 재건,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임무’라는 제목의 최근 기사가 그런 경우였다.

이들은 미군으로부터 훈련을 받은 이라크 부대에서 며칠을 보내는, 근래 보기 드문 취재를 시도했다. 기사는 ‘찰리 중대’라 불리는 이 부대에 소속된 이라크 군인이 부르는 노래 가사를 첫 줄에 실었다. ‘우리는 당신이 떠난 후 모욕 속에서 살아 왔네. 우리는 남은 생을 당신과 함께 보내길 원하네.’ 노래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언론은 저항세력의 정치적인 음모에 대해서는 자주 다뤘지만, 미군의 훈련을 받은 이라크 군인조차 사담 후세인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은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미군은, 상황이 바뀌었다면 미국의 이라크 정복에 반발했을 군대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찰리 부대원들은 인터뷰에서 17명이 최근 부대를 떠났으며, 나머지 대원도 곧 뒤를 이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 달에 340달러(약 34만 원)라는, 지금 이라크에서는 꿈도 꾸기 힘든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군대에 지원했다. 이라크 군대란 돈으로 산 것이었으며 군대에 몸담은 이들 자신이 그 사실을 증오했다.

미군은 때로 이라크인 신병을 향해 ‘업무에 맞는 자질을 갖추지 못했거나 전투가 일어나면 도망가버리는 겁쟁이’라고 힐난했다. 찰리 중대를 이끌고 있는 릭 맥거번 하사는 “우리는 가족과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이라크 국민이 평화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 목숨도 바치겠다는 각오로 임무에 임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라크인도 당연히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엄한 훈계에는 이라크 국민이 미국인과 같은 신념을 갖고 있다는 전제가 있지만, 이것은 100% 미국의 착각이다. 이라크인은 결코 겁쟁이가 아니다. 찰리 부대원은 단지 ‘싸우는 척하면서 받는 월급’을 거절할 용기가 없을 뿐이다.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미군과 찰리 중대의 관계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매수하고 강제하고 단정해 버리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어떤 말이든 꾸며내기 위해 완전한 문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이라크 주권, 자유, 선거, 안보, 민주주의 심지어 용기와 비겁함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단어나 숙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왜냐하면 이 모든 단어는 그 자체로 거짓 투성이인 생각과 믿음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새로운 사실이지만 미군이 저지르고 있는 치명적인 실수, 즉 힘으로 인간의 정신을 이데올로기의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는 이미 오랜 전과를 가지고 있다. 단순하고 집중력이 강한 이데올로기일수록 진실을 더욱 세차게 몰아붙인다. 고문, 파괴된 도시, 오물로 넘쳐 나는 하수구, 차량 폭탄 테러, 그리고 무자비한 참수 등은 단지 이라크의 자유를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것이며 중동, 나아가 세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장애물일 뿐이다.

환상이 사라지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환상이 걷히고 나면 남은 자들은 실체적 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이라크에서 환상이 사라진다면, 거짓말을 시작했고 계속 거짓말을 하고 매일 더 많은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괴상한 잘못은 막을 내릴 것이다.

조너선 셸 민족연구소(미국 NGO)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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