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19일 오후 경기 연천군 내무반 총기난사 사건을 발표하면서 당초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김모 일병이 후임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내무반으로 내려왔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밝혔다.
몇시간 뒤 현장을 둘러본 육군 핵심 당국자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라고 정정했지만 육군이 설명하는 사건의 경위는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우선 경계근무에 투입된 김 일병이 후임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총기를 경계초소에 남겨둔 채 수류탄과 실탄을 휴대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섰다는 육군 발표는 GP근무수칙 상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후임근무자를 깨우는 것은 GP상황병의 임무로 이미 초소경계에 투입된 근무자가 후임근무자를 깨우러 초소를 내려올 이유가 없다. 때문에 김 일병이 평소 감정이 좋지않던 선임병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초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하지만 선임병에게만 앙갚음을 하려했다면 왜 소대원이 모두 있는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했을까라는 의문도 남는다. 육군은 소초장 김 중위가 당시 근무 중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밤 깊은 새벽에 체력단련장에 있었다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김 일병이 내무반을 나서 상황실을 향했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 육군 당국자는 “상황실을 장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지만 선임병의 언어폭행 등에 분격해 범행을 저질렀다면 김 일병이 상황장교가 근무하는 상황실로 향할 이유는 없다.
사건이 발생한 뒤 김 일병을 검거하기까지 10여분이 걸렸다는 발표도 불충분하다. 내무반에서 폭발음이 들렸는데 당시 초소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과 상황실에 있던 후임 소초장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북동쪽 초소에 나가있던 경계병들은 “적이 침입한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지만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또한 의문이다.
사건 발생 10여분 만에 이 중위가 상황확인을 위해 연병장에 부대원을 소집하자 김 일병이 태연히 나타난 점과 탄창 소지 여부 등을 확인한 끝에 김 일병이 범인임을 알아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김 일병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초소에 복귀했다 연병장에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장에 있던 병사들이 범인을 몰랐을 리 없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폭발음이 3~4차례 들린 것으로 볼 때 폭발한 수류탄이 1발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육군이 사건 파악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를 했거나 아니면 뭔가를 숨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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