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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北 고구려 고분 훼손실태 보고/ 고분 벽면 곳곳 곰팡이 피고 염분층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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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北 고구려 고분 훼손실태 보고/ 고분 벽면 곳곳 곰팡이 피고 염분층 형성

입력
200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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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 고구려 고분군(群)은 지난해 7월1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인류의 귀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그러나 2년 여에 걸친 유네스코의 첫 과학적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이들 고분 벽화들의 심각한 훼손 상태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우리 문화재청의 신탁기금 50만 달러로 2003년부터 북한의 고분 조사와 문화재 전문가 교육에 나선 유네스코가 우선 주목한 고분은 평양 인근인 평남 강서군 약수리의 5세기 초 고분. 1958년 발굴된 약수리 무덤은 발굴 시점 2년 전부터 인근에 건설된 태성저수지로 인해 물이 스며드는 현상이 일찌감치 확인됐다. 북한 고고학계에도 이를 인식, 81년 납판을 사용한 방수 공사를 한데 이어 2001년에는 고분 내부 감시 카메라와 벽화 앞에 유리벽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번 유네스코 조사결과 약수리 고분 내의 상대 습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지하수의 습기가 스며들고, 봉분 천정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올해 5월28일~6월4일 현장을 확인한 유네스코 본부 문화유산국 동북아ㆍ서남아 담당관 한준희씨는 “납판은 물기를 막는 임시방편은 될 수 있으나, 지반이 움직이거나 홍수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좋은 보존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높은 습도는 미생물이 자라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벽화는 물론이고 고분 내 벽면 곳곳에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림이 들떠 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벽면에 균열이 생기거나 벽면 일부가 튀어나오는 현상도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유네스코는 복원, 보수공사 때 사용한 시멘트 콘크리트 등이 고분을 숨쉴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멘트는 물기와 만나면 염분을 만들어내 고분 벽에 염분층을 형성, 벽화를 손상시킨다. 안악 3호분도 이런 경우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5월 유네스코 전문가들이 처음 조사한 평남 강서군의 수산리 고분도 약수리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태가 매우 나쁜 것이 확인됐다. 일본 다카마쓰(高松) 고분의 주름치마 벽화와 똑 같은 벽화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 고분에서도 벽면이 돌출하거나 균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도처에서 확인됐다. 물방울이 벽면에 응축되는 현상도 심각했다. 한준희씨는 “현 상태로 보아 수산리 고분도 복원ㆍ수리 과정에서 사용된 시멘트 콘크리트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수 수위 조사 등 약수리 고분 안팎의 상태조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예비보고서까지 작성한 유네스코는 9월께부터 본격적인 약수리 고분벽화의 보존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1단계는 벽면에 낀 곰팡이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 제거하는 살균 처리 작업. 이어 특수 약품을 사용해 현재의 벽화 색깔을 그대로 둔 채 그림의 윤곽을 보이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또 안팎의 습도 차가 거의 없어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현 유리벽 대신 새로운 유리벽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수 차단이다. 한씨는 “고분 벽화 보존 분야의 선진국이라는 이탈리아도 50, 60년대에는 보존 처리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많이 사용했지만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이 드러나 지금은 다시 걷어내고 있다”며 “흙을 이용해 고분이 숨을 쉬도록 하면서 물기를 차단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수산리 고분은 이번이 첫 조사라 적극적인 보존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는 우선 온도와 습도, 풍속 등 환경을 10분 간격으로 기록하는 기자재를 고분 안팎 5군데에 설치하고, 벽화에 낀 미생물 표본을 채취했다. 보존 대책 수립에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는 고분 발굴보고서나 그 동안의 보존처리 기록들. 그러나 수산리 고분에 관한 자료는 71년 첫 발굴 뒤 3년만에 나온 중간보고서가 전부다. 90년대 말 설립된 북한의 조선문화보존사(국립문화재연구소에 해당)도 이후의 보존처리 기록들을 찾고 있으나 남아 있는 것이 없어 유네스코의 전문가들을 난감케하고 있다.

한준희씨는 “고구려 고분 훼손을 막으려면 과학적인 보존 처리법을 교육하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 내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기자재 지원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문화재청이 지원하는 유네스코의 북한 고분 관리사업은 2006년에 끝나며, 이탈리아의 벽화보존전문가인 로돌프 루안과 마사, 볼로냐대 분석화학전문가인 로코코 마치오, 고분구조전문가 라르고티니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유네스코 친선대사를 지내며 고구려 고분벽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온 히라야마 이쿠오(平山郁夫) 도쿄예술대학장의 주선으로 일본에서 30만 달러를 지원받아 대동강변에 고구려 고분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고구려벽화무덤보존센터’를 건립 중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니시타니 규슈대 교수/ "다른 고구려 유산·고려 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북한은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63기의 고분 말고도 대동강 인근의 다른 고구려 문화 유산과 개성 일대의 고려 유적까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서류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지역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니시타니 다다시(西谷正ㆍ사진) 일본 규슈(九州)대 명예교수는 4월 말 북한에서 북ㆍ일 학자가 함께 연 ‘세계문화유산에 지정 등록된 고구려 유적’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행사가 끝난 뒤 북한의 여러 고분을 둘러보고, 북한 문화재 전문가들을 만난 그는 이 달 10일 세계거석문화협회(총재 유인학 한양대 교수)가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해 ‘고구려 문화를 중국 문화라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특별 강연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고대 문화 유적에 정통한 니시타니 교수는 이 강연에서 “고구려 문화 유산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대륙에 뻗쳤던 한민족 고유의 문화 유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구려 중기 와 후기 평양의 유적들과 중국 동북 지역에 산재한 유적은 중국의 다른 영토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한민족만이 가진 동질의 문화 유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적극 나서기 전인 2003년 북한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이 중국의 “방해 공작”으로 무산된 비화도 소개했다. “북한이 등재 신청을 하자 중국은 경악하면서 ICOMOS 실사를 중국 학자에게 맡기도록 했는가 하면,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회 모임을 베이징에서 열도록 하는 등 공공연하게 로비의 증거를 내보였습니다.” 그는 또 “당시 북한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이 부결된 이유는 단군릉이나 동명왕릉 등 몇몇 유산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개축되었다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일 뿐 실질은 중국의 방해공작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니시타니 교수는 이어 앞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추가 등재 신청할 필요가 있는 북한의 문화 유산을 두루 열거했다. 우선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남한은 2000년에 고인돌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으므로 대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는 북한의 고인돌 1만2,000여 기를 남북한 공동으로 추가 등재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안악궁과 평양성, 장안성 등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지정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평양성은 평양의 도시 한복판으로 개발되는 바람에 옛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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