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계의 벽은 높았다. ‘축구천재’ 박주영(FC서울)을 앞세워 22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 나섰던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청소년 축구대표팀은 18일 밤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F조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0-2로 완패,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로써 한국은 1승2패(승점 3, 골득실 -2)를 기록, 브라질(2승1무) 나이지리아(1승1무1패)에 이어 조 3위를 기록했지만 조 3위 6개팀 가운데 4개 팀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얻는데 실패했다. 나이지리아는 스위스를 3-0으로 완파,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김승용 신영록 박주영을 최전방에 내세운 한국은 전반 9분 브라질에 선취점을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에르난이 한국 진영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헤나투가 머리로 방향을 살짝 바꿔 네트를 흔든 것. 한국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지만 롱패스에 의존하는 단순한 공격 패턴으로 추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초반 신영록의 헤딩슛에 이어 9분 박주영이 상대 골지역에서 3,4명의 수비수를 제치는 등 공세를 펼쳤지만 11분 보브의 패스를 받은 하파엘 소비스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박성화호가 16강에 진출하기에는 ‘2%’가 모자랐다. 박성화호는 당초 스위스를 ‘1승 제물’로 삼았지만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고전 끝에 패했다. 대회 열흘전까지도 요한 볼란텐(브레시아), 필리프 센데로스(아스날) 등의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대 선수의 존재를 잘 몰랐다. 이들 스타선수들이 빠진 지역예선경기 비디오테이프 1개에 의존하는 오류를 범한 것. 비록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하는 듯 했지만 스위스와의 첫 경기서 역전패 한 것이 가장 뼈아팠다.
또 현대축구의 주류인 미드필드부터의 압박축구를 생략한 채 지나치게 롱패스에 의존한 것은 전술적인 미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교한 패스보다는 수비진에서 곧바로 상대 뒷공간을 향해 롱킥을 남발해 공수연결이 좋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조직력과 근성, 체력만으로는 세계정상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박성화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대해 “선수의 자질은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기술이 떨어진다. 우리는 억압적인 환경에서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을 다지도록 교육을 받아 기술이 약한 것”이라며 성적지상주의가 판치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감독은 또 “기술뿐 아니라 개인의 경기 운영능력도 보완이 절실하다. 조직력과 근성만으로 세계적인 팀에 맞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엠멘=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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