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이번 사건을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김모 일병이 후임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내무반으로 내려왔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육군이 발표한 사건 발생ㆍ전개 및 검거과정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우선 경계근무에 투입된 김 일병이 후임근무자를 깨우기 위해 총기를 초소에 남겨둔 채 수류탄과 실탄을 휴대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섰다는 육군 발표는 GP근무수칙 상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후임근무자를 깨우는 것은 GP 상황병의 임무로 이미 초소경계에 투입된 근무자가 후임근무자를 깨우러 초소를 내려올 이유가 없다.
이 점은 조사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핵심대목이지만 김 일병이 평소 감정이 좋지않던 선임병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초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사망한 소초장은 왜 그 시간대에 체력단련장에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빠져있다.
김 일병이 소총은 제외하고 수류탄과 실탄을 휴대한 채 내무반에 무사 통과했던 점도 의문이다. 근무병이 소총을 들고나오면 의심 받을 것을 의식해 김 일병이 탄창만 들고 내무반으로 진입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육군은 1990년대 내무반 총기사건이 잇따르자 만일의 사고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병사들이 머리를 통로가 아닌 벽쪽으로 두고 취침케 할 정도로 안전대책을 강화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김 일병을 검거하기까지 10여분이 걸렸다는 육군의 발표도 이해가 안된다. 내무반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면 당시 초소에서 경계를 서고있던 병사들은 과연 무엇을 했으며 후임 소초장인 이 중위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
또 사건발생 10여분 만에 이 중위가 상황 확인을 위해 연병장에 부대원을 소집하자 김 일병이 태연히 나타났고 탄창소지여부를 확인한 끝에 김 일병이 범인임을 알아챘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난사를 하는 장면을 본 병사들이 있었을 텐데도 사고직후 부대원들이 김 일병이 범인인줄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폭발음이 3~4차례 들린 것으로 볼 때 폭발한 수류탄이 1발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하고있다.
이 때문에 육군이 사건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발표를 했거나 아니면 뭔가를 숨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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