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제부터 해결해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17일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이변을 연출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49) 테헤란 시장은 ‘민중 후보’를 자처한다. 개혁파 후보들이 하나같이 대미 관계 개선을 주장한 것과는 달리, 아흐마디네자드는 강경 반미노선을 고수하며 빈곤 해결과 이슬람 가치 옹호를 공약으로 내걸어 가난한 자들의 표를 결집시켰다. 2003년 봄 수도 테헤란의 시장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무명이나 다름없던 그가 이란 내 2인자이자 대부호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70) 전 대통령의 맞수로 발돋움한 배경이다.
라프산자니가 선거운동에 500만 달러를 쏟아 부은 반면, 그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았다. 강경 보수파 인사들이 스스로 ‘모스크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에 대한 지지를 동원해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세대인 그는 여전히 얼굴에 기른 수염과 수수한 복장 등 민병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혁명 당시 급진학생운동단체 멤버로 미국대사관 점거 등을 기획했으며 혁명수비대에 지원해 이란-이라크전(1980~88)에는 대이라크 비밀군사작전에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뒤 정치인으로 변모한 그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열렬한 추종자로서 차세대 정치지도자군의 선두로 부각됐다.
90년대 주로 개혁주의자들이 선출됐던 수도 테헤란의 시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2년 동안에 테헤란의 개혁 바람을 잠재웠다. 개혁파들이 세운 문화시설을 이슬람 종교시설로 바꾸고,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 서구 유명스타가 등장하는 광고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퇴출했다. 남성 공무원들은 수염을 기르고 긴소매옷을 입도록 했다. 그의 반개혁적 행보 때문에 개혁파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는 그의 각료회의 참석을 금지시켰다.
대장장이 아버지를 둔 중산층 노동계급 출신으로 테헤란대에서 교통 및 도시공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90년대에는 이란 북서부의 보수적 이슬람 도시인 아드레빌의 지사를 지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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