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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진전" "北변화 기대엔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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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진전" "北변화 기대엔 미흡"

입력
2005.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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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7일 면담결과에 대한 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큰 진전을 이루었다”와 “새로운 게 별로 없다”로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또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가능 시기(7월)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데 의미를 두면서도, 여전히 조건을 단 점을 들어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 위원장의 북핵 문제에 관한 언급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데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 핵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유효하다는 말은 한반도 비핵화가 최종목표라는 것으로, 그 동안 북한이 누차 강조해 왔던 내용이다. 완전히 새로운 태도변화로 보기는 어렵고,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7월이라는 시기를 언급한 것은 6자회담 복귀 목표시점을 정해 놓고 복귀 여건 성숙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전반적 위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6자회담 재개쪽으로 큰 틀의 방향을 잡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과 장성급 회담 재개 논의 등은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장성급 회담 재개는 앞으로 초보적 수준에서의 긴장완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원상회복이라는 의미와 함께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같다.

■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

6자회담과 북핵 문제 등 그 동안 막혔던 것을 뚫었다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미흡한 느낌이다.

6자회담 복귀는 김 위원장이 직접 용의를 표시했다는 점이 소득이랄 수 있다.

그러나 복귀에 조건을 단 것은 북핵 문제가 남북간의 사안이 아니고 북미간 사안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미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6자회담도 막힐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핵 문제에 있어 남한은 균형자가 아니라 제한적 역할에 그친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진전되지 않으면 남측에 이를 개선해 달라고 주문할 것이다.이 경우 한미관계는 더 부담스러워지고, 남한에선 반미감정이 고조될 수 있다.

남북관계는 올해 북측이 조국해방 60주년 행사를 계속 준비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는 계속 진전될 전망이다. 이산가족의 금강산 상봉은 지난번 차관급 회담 때 비료제공에 대한 보답 성격이 짙다.

장성급 회담 재개 문제도 구체성이 부족해 진전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8ㆍ15 행사에 북측 인사 파견 역시 김 위원장이 직접 오지 않고, 6ㆍ15행사의 답방차원에 머물러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김 위원장이 7월중 6자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전향적이다.

물론 미국과 더 협의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한국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이 전달됐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7월이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지목한 것도 그 이전에 미국과의 접촉을 희망하는 뜻을 남쪽을 통해 전달한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유효하다고 강조한 현재의 북핵 관련 구도는 미국과의 협상이 중심 축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본다.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한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주목해서 들어야 할 대목이다.

남북관계 측면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이어가고 장성급 회담 재개 논의를 한다는 것은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좀 더 발전 심화 시키겠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특히 장성급 회담 재개는 큰 의미를 가진다.

북한은 장관급 회담에서 핵 문제를 분리해 장성급 회담에서 거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 회담에서 핵 문제 제기는 다른 이슈들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 이삼성 한림대 정외과 교수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긍정적이다.

북한은 핵을 해체 또는 포기하는 작업과 동시에 미국이 북미간 관계를 정상화하고 체제 안전보장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의를 전제로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것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지킬 의지가 확실히 갖고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의미가 담겨 있다.

또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북미관계 정상화, 체제안전 보장, 경제제재 해제 등을 수용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측면이 있다.

즉, 김 위원장 발언은 미국이 체제보장 조치를 성의 있게 한다면 북한이 ?무기를 해체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발언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에 제시된 남북관계 정상화 조치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참여정부가 나름대로 노력해 온 것을 북한이 인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남북간 신뢰를 기초로 상호 관계를 발전시키고,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한 다자간 평화협정 체제의 실현 가능성을 기대하는 차원에서 남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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