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자기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개최된 ‘경기도 세계 도자 비엔날레’ 행사가 올해로 3회째 이르렀다. ‘문화를 담는 도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4월 23일 개막된 제3회 도자 비엔날레 행사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도예 선진국이 대거 참여했다. 67개국 3,0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58일간의 도자 여행’은 19일 막을 내린다.
경기 이천, 광주, 여주 등 3개 지역에서 개최한 올해 행사에 많은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400만 명이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시 기획 및 운영 또한 세계적인 수준의 도예 전문 전시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는 행사 기간에 개최된 세미나와 워크숍 등에 참가한 외국 작가 및 문화계 인사, 외국인 관람객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생각을 한다.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를 통해 도자 왕국의 위상을 떨쳤던 우리나라 도자 역사는 임진왜란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일본 특수로 잠시 활황을 맞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소생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우리 도예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이 바로 2001년 시작된 세계 도자기 엑스포였다. 이 엑스포를 통해 오랫동안 잊혀졌던 우리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경기도 세계 도자 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예 수준과의 접목을 통해 우리나라 도자 산업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조금 이른 욕심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도자 소비는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적 행사 개최 때만 반짝하고는 수요 측면에서 가시적이고 획기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공급적 측면에서의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천, 광주, 여주 등 대표적 도자 산업 중심지인 이곳에 밀집한 소규모 도예공방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 중심의 시장 상황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수요 활성화가 우리 도자 산업의 부흥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사회 각계각층에 만연한 외국 도자기와 도자식기 선호 추세는 우리 도자 산업의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위해 요인이다. 무조건적인 외국 제품 선호 풍조야말로 모처럼 조성된 우리 도자에 대한 관심의 확대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 도자나 도예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이번 비엔날레 기간에 열린 ‘세라믹하우스Ⅱ’ 전시회와 ‘도자와 건축’ 전시회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삭막한 생활 문화가 도자를 통해 얼마나 아름답고 윤택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차갑게만 느껴지는 엘리베이터 주위와 건물 복도의 벽면을 청자, 백자, 분청 등 도자 타일 작품으로 장식하면 무미건조한 공간이 인간과 호흡하는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도자나 도예는 일부 계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도자 왕국은 양반의 식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과거 백성이 사용했던 투박한 막사발도 도예 작품이다. 우리 손으로 만든 우리 도자기, 우리 도자식기를 국민 모두가 사용하게 될 때 우리 도자 산업의 수준이 올라가고 도자 왕국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기명 세계도자기엑스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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