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7일 면담에서 공개되기 어려운 논의도 상당한 수준에서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메시지, 즉 ‘중대 제안’의 내용도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 중대제안
정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대제안’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중대 제안은 정부가 지난달 남북 차관급 회담을 통해 6자회담이 재개되면 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 제안’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이 제안은 지난해 말 이후 우리 정부가 미국과 입장을 조율한 것을 바탕으로 마련된 것이며,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된 것으로 전했다.
이 제안은 북한의 핵 동결과 폐기 이행, 폐기 완료 등 단계별로 북측의 의무와 관련국들의 보상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북한에 줄 당근을 보다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핵 뿐만 아니라 미사일, 인권문제 등을 모두 해결해야 북미 관계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는 미측의 강경 자세를 우려하는 북측 입장도 상당히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남는 궁금증
최근 북핵 문제의 주도적 역할론이 부상하면서 북핵 문제를 남북 정상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의 의중 타진에 “적절한 시점에 답방하겠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정상회담 시기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니더라도 어느 조건에서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인지, 현재 남측 답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솔직한 입장이 개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전할 메시지를 정 장관에게 밝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령 미국이 ‘무엇 무엇을 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발언했을 수 있다.
또 남북대화 복원을 위해서는 양측 정상의 신뢰를 전달해주는 책임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간 막혀왔던 비선 채널의 가동 방안도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대북 강경 자세, 역사 교과서 왜곡 등 일본 동향에 관한 입장 등 동북아 정세에서도 의견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