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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맬컴X vs 마틴 루터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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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맬컴X vs 마틴 루터 킹

입력
200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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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반전(反戰)과 연대(連帶)의 노래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가 울려 퍼지던 1960년대. 유럽의 젊은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이 뜨거운 혁명의 의지를 불태울 때 미국에서는 흑인 민권운동이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갔다.

합법적 인종 차별에 고통 받는 흑인들을 삶의 나락에서 건져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졌던 두 지도자 마틴 루터 킹과 맬컴 X가 흉탄에 쓰러져 40년의 짧은 생애를 마친지 각각 37년과 40년이 지났다.

미국 유니온 신학대 교수로 조직신학을 강의하는 제임스 콘의 ‘맬컴X vs 마틴 루터 킹’(원제 Martin & Malcom & America)는 두 사람의 성장과 사상의 형성 과정을 돌아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그들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나아가 두 사람에 대한 그 동안의 역사적 평가가 온당한지도 되짚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맬컴X는 마틴의 흑백통합주의에 다가서려 했고 마틴은 맬컴X의 흑인 민족주의를 가까이하려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서로 반목하며 타협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인식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열렬히 찬양하거나 극단적으로 거부함으로서 생겨난 왜곡과 편견의 결과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외쳤던 마틴과 “백인이 ‘아메리칸 드림’ 이라고 여기던 것이 흑인에게는 긴 세월 걸쳐온 미국의 악몽”이라고 통박했던 맬컴은 성장과정부터 극과 극이었다.

애틀랜타의 유명한 침례교 목사였던 외조부와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마틴은 전형적인 흑인 엘리트의 교육 과정을 밟아 명문 보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백인이 주류인 학계에서 인정을 받은 그이지만 자신의 자양분이 되어준 흑인 공동체로 돌아가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목사의 길을 선택했다. 반면에 맬컴은 대다수 흑인들처럼 거친 뒷골목에서 성장했다.

마틴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침례교 목사였지만, 가정은 불우했다. 여섯 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을 뒤로한 채 잡초 같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흑인 빈민가였고, 대학은 할렘 거리였으며 석사학위는 감옥에서 받았다”다며 종종 자신을 소개한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맬컴X는 교실에서는 알 수 없는 진실을 거리에서 배웠고, 자신의 ‘민족’과 그 지식을 나누려 했다.

두 사람의 성장과정은 종교와 교감을 이루어 전혀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갔다. 마틴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사랑과 화합, 용서를 강조하며 비폭력 운동의 길을 걸었고, 맬컴은 블랙 무슬림의 충실한 교도로서 ‘백인 악마’를 상대로 폭력도 불사하는 ‘자기 방어’ 운동을 전개했다.

저자는 백인과의 공존이라는 미래를 꿈꾼 마틴과 현실이라는 악몽을 직시하고 흑인들만의 공동체를 도모했던 맬컴의 엇갈린 사상이 이런 성장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주장한다.

두 사람은 방법론상으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상호보완 관계였으며 결국 흑인민권 향상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도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백인들로부터 호의적인 대우를 받은 마틴과 달리 “과격하고 극단적인 흑인 KKK”라고 낙인 찍인 맬컴 X의 삶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 갑인공방은 ‘다르지만 같은 길’ 시리즈의 첫번째로 이 책을 내놓았다. 영국 지성계를 이끄는 두 대학의 전통을 해부한 ‘옥스퍼드 vs 케임브리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비교한 ‘헤밍웨이 vs 피츠제랄드’를 후속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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