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17일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6ㆍ15 공동정신에 기초한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기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 받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2시간30분 동안 평양 시내 대동강 영빈관에서 6ㆍ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통일대축전 참석차 방북 중인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단독 면담을 갖고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은 면담 중 1시30분 동안 북핵 문제에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으며, 정 장관은 특히 북핵 포기시 미국과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11일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체제안전, 대규모 지원에 대한 노 대통령의 구체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6자회담 조기복귀를 촉구했다.
정 장관은 나머지 1시간동안 정치 경제 군사 분야 현안문제와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정 장관은 면담에서 “특정 분야에서만 남북이 협력할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남북이 북핵 문제와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남북이 합의한 사안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를 거듭 전달했다. 6자회담이 열리면 우리 정부가 제의할 ‘중요한 제안’의 취지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6ㆍ15 공동선언은 남북이 자주적으로 민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주면 얼마든지 미국과 핵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은 21일 열릴 남북장관급 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대화를 본궤도에 올리는 한편 6자회담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북핵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고위인사의 김 위원장 면담은 이번이 처음이며, 현직 통일부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은 2000년 9월 박재규 당시 장관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남측인사와 김 위원장간 최근 면담은 2002년 4월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방북 당시 이뤄졌다.
단독 면담후 김 위원장은 과거 지인들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 20분간 정 장관과 이번에 방북한 임동원ㆍ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 최학래 한겨레신문 고문,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 강만길 상지대총장, 김민하 전 평통 수석부의장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면담 성사 경위에 대해 “대표단 방북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면담을 추진해온 우리측에 대해 북측은 16일 밤 면담 동의 의사를 밝혀왔다”며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준비해왔고, 메시지는 이번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14일 방북 했던 정장관 등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환해 청와대로 직행, 노 대통령에게 면담 내용을 보고하고,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면담결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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