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란처럼 핵 강대국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잠재적으로 핵 강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핵을 보유하기로 확고하게 결심한 것 같다.”
미국의 동북아시아 연구가 찰머스 존슨 일본정책연구소장이 6월9일자 한국일보와의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부른 나라다. 미국은 이라크가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쳐들어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끝장내고 점령해버렸다. 점령 뒤 찾아보니 핵은 없었지만.
미국은 지금 이란과 북한에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제재를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 사이에 핵,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은밀한 협력과 거래도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반미는 북한의 국시다. 이란도 북한 못지않은 반미 국가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미국에 도전할 이슬람권의 핵심국으로 보았다.
북핵은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들어가 양쪽을 어르고 달래며 외교적 해결을 시도해왔다. 이란 핵은 영국, 프랑스, 독일이 나서 이란과 협상하면서 위기를 막아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당연히 북핵 6자 회담과 EU3+이란의 핵 협상은 서로 미묘한 영향을 준다. 외교통상부 조태용 북핵기획단장은 5월 워싱턴의 세미나에서 6자 회담이 재개될 경우 핵문제, 정치ㆍ안보, 기술ㆍ협력 3개 워킹그룹을 두고 각각의 논의 결과를 평가하는 조정위원회를 매3개월 마다 개최하는 EU3+이란 협상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이란은 북한과 닮아보인다.
17일 이란에서는 대통령 선거 투표가 실시된다. 보수파에서 개혁파로 조금씩 색깔이 다른 7룡(龍)이 뛰고 당선 가능한 유력 후보는 셋인 복잡한 판세다. 유세기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강경 보수 후보가 보수표 결집을 위해 막판 사퇴했다. 선거를 겨냥한 여성들의 여권신장 요구 시위도 있었다.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와 능력을 외쳤다. 30세 이하 젊은 층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해 당락의 열쇠는 ‘2030’ 세대가 쥐고 있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힙합, 디스코 음악에 맞춘 노래와 춤으로 젊은 표심을 잡아보려 안간힘이다.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 열기를 바람으로 연결시켜 보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부시와 미국 정부는 싫어도 미국 문화는 좋아한다”는 젊은이들은 영어공부에는 열심이지만 선거 참여 열기는 그리 뜨겁지 않다. 후보들은 젊은 유권자 예상 투표율에 따른 표 계산을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느라 피가 마른다. 인터넷에선 “정치인들의 권력을 합법화해주는 데 이용당하지 말자”는 블로거들의 선거 보이콧 운동도 벌어졌다.
이란은 한국과 비슷한 구석도 없지 않다.
카네기재단 데이비드 로스코프 연구원은 5월말 출간한 ‘Running the World(세계경영)’에서 이 시대를 ‘프렌데미스(Friendemies)’라고 썼다.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다.
“세계를 흑백으로만 보는 사람은 세계사의 복잡다단한 교직(交織)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나 마찬가지인 애매모호한 시대”라는 것이다. 맹방과 적국의 경계가 무너져 서로가 친구이면서 적이기도 한 세계다.
아 참,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거리가 있고 서울 강남에는 테헤란로가 있다.
신윤석 국제부 부장대우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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