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뤄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은 시점과 형식 면에서 3년 전 임동원 외교안보통일 특보, 5년 전 박재규 통일부 장관의 면담 때와 닮은 데가 많다.
우선 정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을 둘러싼 상황이 2002년 4월3일에 있은 임 전 특보의 면담 당시와 유사하다. 임 전 특사 방북 직전인 2002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울에서 가진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의사가 없다는 다짐을 받아냈고, 이를 계기로 북미간 뉴욕채널이 복원됐다.
정 장관의 방북 직전에도 두 차례의 북미간 뉴욕접촉에 이어 워싱턴에서 만난 한미 정상이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사실상 북미수교로 해석될 수 있는 ‘북미간의 보다 정상적인 관계’ 추진에 합의했다.
앞선 상황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 사찰을 거론하는 등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면서 북미 긴장이 고조됐고, 6차 장관급회담이 결렬되는 등 남북관계도 함께 냉각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지난해 6월 이후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았고, 최근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까지 제기되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또 지난해 7월 대규모 탈북자 입국과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 불허 등에 따라 전면 단절됐던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이 지난달 차관급 실무회담을 통해 겨우 복원 기미를 보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면담 수용, 남측 정상의 메시지 전달을 통한 남북 정상간 간접대화라는 형식도 그때와 닮은 꼴이다.
정 장관이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면담 장소와 시간을 전혀 몰랐던 점은 2000년 9월1일 김 위원장을 만났던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의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 면담을 요구했던 박 전 장관은 면담 전날 밤 10시30분께 회담장을 나서 기차로 8시간을 이동한 뒤에야 지방의 한 초대소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정 장관 역시 이날 오전 8시25분께 조깅을 하다가 긴급 보고를 받고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도 최종적인 면담시간과 장소는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정부 인사 가운데 장관 직책으로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은 두 사람 뿐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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