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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다소 - 수묵처럼 번지는 동심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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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바다소 - 수묵처럼 번지는 동심의 기억

입력
200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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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와’ ‘까만 기와’ ‘상상의 초가 교실’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중국 아동문학 작가 차오원쉬엔의 단편집이다. 1960~70년대 강과 호수로 둘러싸인 중국 남부의 농촌을 배경으로 한 네 편을 묶었다.

성장기 아이들의 심리를 그린 이야기들로, 수묵 산수화를 보듯 담담하고 깊은 멋을 풍긴다.

표제작 ‘바다소’는 농삿일에 부릴 바다소를 사러 늙으신 할머니 대신 먼 길을 나선 열 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다. 거칠고 힘센 바다소를 다루기는 무척 힘든 일. 발버둥치는 소를 끌고 오느라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된다. 여러 날 만에 지칠대로 지쳐서 겨우 집에 돌아온 소년은 할머니에게 자랑스럽게 말한다. “저도 이제는 다 컸어요.” 라고.

나머지 3편인 ‘빨간 호리병박’ ‘미꾸라지’ ‘아추’도 성장기 아이들 마음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사기꾼의 아들이라고, 고아라고, 문제아라고 따돌림 받는 아이들의 슬픔을 그 아이들과 친구가 된 또래 아이의 눈으로 애틋하게 짚어낸다.

‘아추’는 특히 강렬하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상처로 세상을 미워하게 된 아추는 복수심에 가득찬 채 못된 짓만 일삼는다. 아추가 실은 따뜻한 손길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마을사람들은 모른다. 끝내 외롭게 사라지는 아추의 모습은 가슴이 아플 만큼 찡하다.

4 편 모두 문학적 향기가 짙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도 매우 인상적이다. 책에는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중국 화가 첸지앙홍의 수묵 삽화가 들어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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