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탄 안보윤씨도 그에게, 지금, 문학은 자위(自慰)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평생 살아도 못 할 그런 거… 그런 생각과 행동. 말 못할 그 무엇… 그런 걸 내 소설 속에 넣고 싶어요.… 그런 게 쌓이면 큰 사고를 칠 것 같으니까.” 수상작 ‘악어떼가 나왔다’의 서사 역시 그 동력을 만화적 상상력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장르의 편가름에 대한 젊은 문학의 저항을 감지할 수 있다.
이야기는 대형마트에서 현직 경찰청장의 두 살짜리 외아들이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실력자의 아들이니 세상이 발칵 뒤집히고, 미아 찾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펼쳐진다.
실종된 아이를 확인하는 단서는 배꼽에 있는 악어 형상의 점이다. 하지만 청장의 젊은 아내는 점이라는 ‘촌스러운 실체’을 문신이라는 ‘세련된 상징’으로 분식하고, 이에 세상의 경박한 엄마들은 아이 몸에 문신을 새기느라 정신이 없다.
문신 열풍은, 그러나 아이들의 몸에 바늘을 찔러대는 행위의 가학성이 부각되면서 아동학대로 뒤집혀 인식되고, 청장은 해직을 당한다. 뒤늦게 아이가 발견되지만 배꼽의 ‘악어’가 문신이 아닌 점이라는 사실로 하여 아이는 가족 품에 안기지 못한다.
한편 생선행상을 하는 한 남자는 동침했던 창녀를 실수로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인조 악어가죽 트렁크에 넣어 한강에 유기하고,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생선장수의 ‘얼짱’ 딸은 못생긴 다리 때문에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다리를 자해해 절단하지만 절망은 더욱 깊어져 휠체어에 앉은 채 한강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휠체어가 가라앉은 자리에서 무려 80여 구의 부패한 사체와 트렁크가 발견된다.
작가의 엽기적이고 과장되고 극단적인 상상력, 연결의 매끄러움에 구애되지 않고 거침없이 이어가는 서사의 박력 등은 낯설다 싶도록 신선하다. 그 만화적 상상력이, 역설적으로 소설의 재미와 긴장을 유발한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평론가 류보선씨의 해설처럼 그 만화적 상상력이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기 위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치밀한 서사를 중히 여기는 ‘늙은 문학’에 대한 저항의 또 다른 몸짓인 듯도 하다. 작가는, 세상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덜 상식적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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