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당연하게 생각되던 일들이 새삼 뉴스가 되는 일이 최근 많아졌다. 고교생들이 버스에서 욕을 하지 않았다고 상을 받아 화제가 되는가 하면, 사지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빵을 먹여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온 네티즌을 감동시킨다. 뉴스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당연한 일을 했는데 뉴스가 되는 게 어리둥절하다”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 아들의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포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의 ‘당연한’ 이야기가 화제다. 그는 17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찬강연회에서 어린 두 아들의 한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군대까지 보내겠다고 말해 청중을 감동시켰다.
그는 “한국에서 35년간 살면서 누린 혜택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년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1999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5살, 2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귀화를 하지 않은 그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두 아들은 분명 한국인이다.
그러나 존스씨의 당연한 결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은 무척 씁쓸하고 착잡하다. 새 국적법 발효를 앞두고 국적을 포기한 이들의 부모 중에는 장관을 지낸 고위공무원은 물론 정ㆍ재계, 학계의 원로급 인사들이 수두룩했다.
존스씨의 ‘아들 군대 보내기 선언’을 보면서 아들이나 손자의 국적을 포기토록 한 이 땅의 고위 공직자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아직도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언제쯤 당신들의 당연한 결정을 보게되느냐고.
산업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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