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0여일 앞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17일 또다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한때 시위대가 수도 비쉬켁에 있는 정부청사로 진입하는 등 3월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레몬혁명’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 2,000여 명은 이날 수도 비쉬켁 정부청사 앞으로 몰려가 “정부는 우리가 지지하는 우르마트 바리야크타다소프의 후보등록을 막고 있다”며 “그를 대통령 후보로 인정하라”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제계 출신인 바리야크타다소프는 다음달 10일 치르는 대선에 후보등록을 신청했지만 카자흐스탄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된 상태다. AFP 통신은 시위대가 1만 여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중 200여명은 청사로 진입해 “바키예프 대통령 대행이 집권한 이후 아무런 혜택도 없지만 바리야크타다소프는 우리에게 일자리와 돈을 주고 있다”며 “그가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얻을 때까지 종합청사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00여명의 군경은 청사 주변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막아 유혈충돌 사태까지 우려된다.
시위대는 이날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 대행(총리 겸직)의 사임을 요구했다.
바키예프 대행은 15년 동안 장기 집권한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이 올 3월 축출된 이후 남부 주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과도정부를 이끌고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극심한 경제난과 남부와 수도 비쉬켁을 중심으로 한 북부 사이의 지역대립,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의 민족간 갈등이 여전하다.
시위대들은 바키예프 대행이 북부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은 펠릭스 쿨로프 전 내무장관과 손을 잡고 ‘바키예프 대통령, 쿨로프 총리’로 권력을 분점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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