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Profiling)’이란 범죄현장이나 수법을 통해 범인의 윤곽을 추출해내고, 범인의 행적을 예측함으로써 범인 검거나 사건 예방에 도움을 주는 일을 말한다.
말하자면 ‘과학적 범죄심리 분석’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 정신병리학적인 무동기 범죄가 급증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 수사당국은 프로파일링 분야에선 걸음마 단계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방대한 범죄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양한 일선 경찰에서의 실무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현직 경찰대 교수가 우리 현대사의 연쇄살인사건과 범인들을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분석해낸 작업은 그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29년 경기 고양군과 서울에서 어린 아이들을 잇따라 살해한 변태성욕자 이관규를 현대적 의미의 첫 연쇄살인사건으로 꼽는다. 이후 70년대의 김대두 사건, 80년대의 화성연쇄살인사건(저자는 훨씬 광역화했다 해서 ‘경기 남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라고 부른다), 90년대 지존파.온보현 사건, 그리고 지난해 유영철 사건에 이르기까지 20여건 가까운 한국의 대표적 연쇄살인사건을 상당히 정밀하게 다룬다.
그가 규정하는 연쇄살인은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살인의 동기나 계산 없이, 살인에 이르는 흥분상태가 소멸될 정도의 시간적 공백을 두고 2회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연쇄살인은 살인의 동기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범인들은 대개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도 특별한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웬만큼 지능도 있고, 사리분별도 분명하며, 범행도 우발적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계획 하에서 이뤄진다.
연쇄살인범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예를 들자면 일정한 직업이 없고, 결혼하지 않았거나 실패한 남성이다. 평소 내성적이고 사생활도 드러나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지만 간혹 별 일 아닌 것으로 불같이 화를 내 주위를 놀라게 한다. 무기력해 보이지만 좋아하는 대상(여성 포함)에는 대단한 집중력과 인내심을 보인다는 점 등이다.
결국 평범한 인격체가 사회나 가정으로부터 상처받다가 어떤 계기에 의해 끔찍한 연쇄살인 충동을 폭발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쇄살인은 그 사회가 안고있는 극단적 병리현상이다. 이 책은 이러한 사회적 난치병의 환부를 드러내고 진단함으로써 효과적인 처방과 치료약을 찾기 위한 기초작업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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