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호평 받은 ‘더 씽 어바웃 맨’(The Thing About Man)과 ‘리틀 샵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가 나란히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중이다.
국내 초연인 두 작품은 영화에 노래와 춤을 입혀 무대로 옮긴 점 이외에도 불륜과 식인 식물이라는 무겁고 음침한 소재를 코미디와 결합시켰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30대의 사랑과 꿈 '더 씽 어바웃 맨'
‘더 씽 어바웃 맨’은 독일 도리스 도리에 감독의 1985년 영화 ‘멘’(Men)을 기초로 만들었다. 서울 공연에서 6개월간 객석 점유율 100%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모은 ‘아이 러브 유’의 조 디피트로와 지미 로버츠 콤비가 1996년 첫 선을 보였던 작품이다.
잘 나가는 광고회사 중역 톰이 아내 루시에게 애인이 생긴 것을 알고 연적(戀敵) 세바스찬의 룸메이트가 되어 ‘애정 역전’을 노리는 과정이 담겨있다. 다소 억지스럽고 황당한 내용이지만 30대의 사랑과 꿈, 우정을 다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꿈을 버리고 가정과 부는 얻었지만 아내를 잃을 위기에 처한 톰과 결혼을 위해 오랜 시간 간직해온 꿈과 이별해야 하는 세바스찬이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쓸쓸하면서도 발랄한 노래와 어우러진다.
‘위기의 남자’ 톰 역의 성기윤과 13개 역할을 맡아 끊임없이 변신하는 코러스 김경선은 고독과 웃음이 버무려진 연기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간단한 조명효과로 계단을 택시로 바꾸거나 벽을 스크린 삼아 광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등 효과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무대활용도 돋보인다.
그러나 루시가 가정으로 되돌아갔는데도 톰과 세바스찬이 절친한 친구사이로 남는다는 결론은 유쾌하지만 한없이 가볍다. 국내 관객들이 정서적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번안 뮤지컬의 한계라 할 수 있다. 공연은 신시뮤지컬극장(옛 대학로 폴리미디어씨어터)에서 7월31일까지. 1544-1555
끝없는 인간 욕망 '리틀 샵 오브 호러스'
‘B급 영화의 제왕’이라 불리는 로저 코먼의 60년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리틀 샵 오브 호러스’는 82년 초연 된 작품. 뒷골목 작은 꽃집의 보잘 것 없는 점원 시모어가 한없이 자나라는 식인식물 ‘오드리 풀’ 덕분에 사랑과 명예를 얻지만 결국 그칠지 모르는 욕망의 먹이가 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알라딘’의 음악을 담당한 세계적인 작곡가 앨런 멜켄의 감미로운 음악이 시간과 배우들의 동작을 뚝뚝 잘라내 우스꽝스러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연출력과 큰 이물감 없이 결합된다.
코러스로 출연하는 여성그룹 버블시스터즈의 김수연 추정화 장영진의 힘이 넘치는 가창력과 깜찍한 연기가 관객들의 귀와 시선을 한꺼번에 끌어 모은다. 그러나 주연 시모어와 오드리 역을 맡은 김학준과 양소민은 안정된 노래와 연기를 선사하지만, 원작에 담긴 재미와 주제를 이끌어가기에는 힘이 달린다.
인간 욕망이 결국 끔찍한 파국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웃음 속에 묻어버린 연출력도 아쉽다. 공연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7월31일까지. (02)556-8556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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