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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마포 상수동 강변카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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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 가보셨나요/ 마포 상수동 강변카페 거리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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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물든 강물에 가로등 불빛이 황금빛으로 일렁거린다. 낮에는 삭막하게만 보이던 한강다리도 화려한 조명 덕분에 보석처럼 빛나고, 강변북로 자동차 불빛의 행렬은 한강을 따라 굽이치며 수를 놓는다. 서강대교 아래 깊이 잠든 밤섬이나 여의도에 우뚝 선 63빌딩, 국회의사당도 어렴풋하지만 한눈에 잡힌다.

이런 정경을 배경으로 감미롭게 다가오는 재즈음악, 카페 통유리를 통해 한강변 밤풍경을 내다보며 연인들이 정담을 나누는 모습은 영화 속에선가 한번쯤 본 듯하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주변에는 이처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카페들이 군데군데 들어서 있다. 사랑을 속삭이며 한껏 분위기를 내보려는 연인과 부부의 단골 데이트 코스이다. 특히 첫 만남을 갖거나 사랑을 고백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한강의 시원하고 넉넉한 정경이 더 없는 원군이 돼 주기도 한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지역 강변카페들은 홍대나 이대 앞, 미사리처럼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게 아니라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건물에 카페가 서너개씩 있다는 게 특징이다.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이라 손님들은 거의 단골이거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포 강변카페 거리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곳은 J&C 빌딩에 있는 ‘괴르츠’이다. 1990년대 초반 이 건물 꼭대기 7층에 들어선 ‘괴르츠’는 독일에 있는 작은 강변마을 이름을 딴 것이다. 한강 주변 다른 지역에 같은 이름의 카페가 두세 곳 생겨날 정도로 강변카페의 대명사가 됐다.

건물 남쪽은 물론 동쪽을 통유리로 만들고, 소파 등받이 높이를 낮춰 어디서든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영화 ‘결혼 이야기’와 각종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사용됐고, 김건모 전도연 한고은씨 등 연예인들도 가끔 들른다.

이 건물 6층 ‘노말’이나 5층 ‘고센’도 비슷한 분위기. 조망이 뛰어난 만큼 음식값은 다소 비싼 편이다. 커피 1잔에 6,000~8,000원, 스테이크는 2만6,000원, 스파게티 1만7,000원, 특선떡볶이 1만5,000원이다. 저녁에 창가 자리를 예약하려면 풀코스 정식(1인분 4만2,000원)이나 위스키(10만원 이상)를 시켜야 한다.

언덕배기에 있는 리버힐 빌딩도 4~7층이 카페다. 5층 ‘라팜팜’은 영화 ‘선물’과 MBC 드라마 ‘사랑할수록’ 등의 촬영현장으로 유명하다. 음료는 7,000원이고 간단한 식사류는 1만5,000원선. 4층 ‘겐조’는 주먹밥(1만원)이 유명하다. 6층 ‘소야’는 전기조명 대신 테이블마다 촛불로 분위기를 내면서 한강 야경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바닥에는 자갈을 깔고 돌다리를 만들어 운치가 있다.

서강LG아파트 정문쪽에 있는 ‘바그다드’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한강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녹색 소파와 갈색 마루ㆍ천장이 주변과 잘 어울리고 음식값도 비교적 저렴해 20대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이밖에도 마포대교쪽으로 가면 삼성한강아파트 인근에 ‘옵빠야 눈아야 강변살자’가 있다. 유리를 얹은 철제테이블과 의자로 테라스 같은 분위기를 냈으며 전유성씨 등 연예인 단골도 많다고 한다.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과 KBS 드라마 ‘어여쁜 당신’의 촬영무대였다.

마포의 한강변 카페는 야경도 좋지만 비 오는 날의 풍경도 무척 아름답다. 강 위에 퍼지는 물안개, 밤섬을 오가는 온갖 새들의 날갯짓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때문에 인터넷에 이 주변 강변카페들은 비오는 날 꼭 가볼 만한 곳으로 ‘강추’돼 있다.

‘괴르츠’ 지배인 황영노씨는 “밸런타인데이와 성탄절 등 여의도와 한강 둔치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등 행사가 있는 날은 벌써 수일 전에 예약이 끝나고, 비라도 오는 날은 금세 자리가 찬다“면서 “서울 도심에서 강변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는 이곳이 그만”이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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