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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동맹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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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동맹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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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말은 의외로 동두천에서 발생한 한국 여성 사망사건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됐다. 부시는 한국 여성이 미군 차량에 사망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했다.

또 사건발생 하루 만에 조지 하긴스 미2사단장이 공식 사과했고,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도 빈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사과와 위로의 말을 전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훈련을 중단한다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신속한 사과와 후속조치는 1년 만에 마지못해 사과했던 미선ㆍ효순양 사망사건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동두천 사건에서 보여준 미국의 이런 태도는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한미동맹과 관련된 협박성 발언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롤리스는 “한국의 비협조적 태도가 계속될 때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언론이 전하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년 전 용산 기지 이전협상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한 전력에 비춰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미군 철수 가능" 협박 발언

이처럼 상호 모순된 미국의 행동을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이용한 주한미군철수 협박은 미국 당국과 우리사회 보수세력들이 ‘전가의 보’처럼 써 먹어온 수법이다. 우리사회에는 미국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결단나고, 심지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의 말을 안 들어주면 정말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이 잘못한 신화에 대해 이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105개 주한미군기지를 포기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인가.

연간 7억 달러의 직접분담금을 군말 없이 내주고, 30억 달러에 달하는 직간접분담금을 부담하는 한국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최첨단 기지로 새로 지워주는 단일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이며 대중국 전진기지 역할을 할 평택 미군기지를 포기하고, 또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방어(MD)용으로 오산과 광주 등 서해안에 배치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거둬 가지고 나갈까.

중국포위전략이 구체화할수록 주한미군기지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동포간담회에서 한 발언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또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미국과 군사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태국과 필리핀에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다.

뉴질랜드는 미국과 태평양안보조약(ANZUS)을 맺고 있지만, 자국의 비핵정책을 내세워 핵을 탑재한 미국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기착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양국관계가 악화하고, 미국이 뉴질랜드에 대해 경제 보복을 했다는 소문을 들어본 바 없다.

-롤리스 해임 요구해야

사실 미국은 한국에 단 한 명의 미군이 주둔할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한국을 동맹관계에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략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거나 군사적으로 밀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미국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 진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 균형자론’ 발언에 미국이 왜 그토록 긴장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롤리스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엄중 항의하고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굳건한 한미동맹’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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