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 하고 있던 분단 국가의 현실을 새삼 깨닫는 시기이다. 여행지도 특별한 곳을 찾기 마련이다. 전쟁과 여행 두 주제를 아우르는 곳이라면 좋겠다.
충남 당진의 삽교호 함상 공원은 어떨까. 퇴역 군함을 둘러 보며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조국의 소중함도 느껴보자.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서해안 고속 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서해대교를 지나 송악IC에서 빠져 나온 뒤 38번 국도를 따라 삽교호 방조제 방향으로 10분 가량 달리면 삽교호 관광지를 만난다. 길옆으로 즐비한 횟집촌을 지나면 함상 공원 입구이다.
매표소를 지나 공원에 들면 마치 해군 기지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바다 위에 2대의 군함이 버티고 섰다. 왼쪽은 상륙함, 오른쪽은 구축함이다.
상륙함은 인천 상륙 작전, 노르망디 상륙 작전 등 전투에서 적진 해안에 병력을 투입시키기 위해 만든 배이다. 실제로 월남전에 보트 피플 구출 작전에 사용되기도 한 배다.
구축함은 주로 잠수함과 항공기를 공격하기 위한 전투함이다. 두 대 모두 2차 대전 기간인 1944~4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반세기를 넘도록 대양을 누비며 소임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으나, 3년 전 이 곳에 새롭게 둥지를 텄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해군복을 입은 뒤 본격 관람에 나선다. 탱크를 싣고 나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구축함의 바우도어(bow door)를 지나니 해군의 역사와 활동상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나온다.
“동그란 흰 모자는 배가 침몰할 경우 물을 퍼낼 수 있도록 제작됐고, 넥타이가 긴 것도 유사시 로프, 압박 붕대, 매듭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답니다. 상어와 만났을 때 넥타이를 길게 늘어 뜨려 상어보다 키가 크게 보이도록 하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지요.” 해군이 착용하는 모든 복장이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단과 연결돼 있다는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에 관람객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인다.
해군의 내무반도 완벽하게 꾸며놓았다. ‘졸면 죽는다’ ‘1분 1초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문구에서 긴박감 넘치는 군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배의 주인은 해군이지만 실제 상륙 작전에 투입되는 군인은 바로 해병대. 신병 훈련 과정에서 상륙 작전까지 숨가쁜 해병의 활약상을 재현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륙함과 연결된 구축함은 체험관으로 꾸몄다. 조타실에서 키를 잡고 배를 조종해 보기도 하고, 함장실에 앉아 작전 명령을 내리는 재미가 그럴싸하다. 이 중에서도 함포 사격은 최고의 인기 체험 코너.
관광객 정재현(32ㆍ경기 화성시 향남면)씨는 “뱃머리에 자리 잡은 함포에 오를 때는 아찔한 느낌도 있지만 조종간을 잡고 조준선 정열도 해 보고, 표적을 맞추는 연습을 해 보니 군 생활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평소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다섯 살 바기 아들도 전자 오락만큼 재미있는 지 입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며 좋아한다.
‘태양속으로’, ‘블루’,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 해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모두 이 곳에서 찍히고 있는 것은 전시품들이 모두 실물인 덕도 크다.
신화용 사장은 “굳이 해군이 아니어도 군 생활을 경험한 아버지라면 누구나 추억에 잠긴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함께 선사하는 흔치 않은 곳임에 틀림없다. 입장료 성인 5,000원, 어린이 4,000원. (041)362-3321
당진=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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