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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거 폐단 바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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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거 폐단 바로잡자"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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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불교를 망친다.”

최근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 스님들의 국고 보조금 횡령, 불법 골프 연습장 설치, 불교중앙 박물관 공사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선거 제도를 폐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화합을 바탕으로 산중(山中)회의 형식으로 운영되어 온 승가에 선거라는 세속의 제도가 들어오면서 사회를 닮은 각종 비리를 낳게 되었다는 반성이다.

한 달여 전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이 선거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운을 뗀 데 이어, 11일 중앙종회의장 법등 스님이 선거 제도 개선을 위한 본사 주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선거 제도 개혁이 조계종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1994년 개혁불사로 총무원장, 중앙종회의원, 교구본사주지 선거제도가 도입된 후 10년 만에 본격적인 재검토 작업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총무원장 선출 등을 둘러싼 폭력 사태, 정치 권력과 연계된 비정상적 종단 운영 등 부정적인 모습은 선거 제도 도입이후 사라지고 조계종은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각종 선거에 막대한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승려 사회가 점점 혼탁해지고, 수행 정신이 흐릿해지는 등 안으로 곪아온 것이 사실이다.

24개 본사 주지 가운데 19개 본사 주지가 참여한 간담회에서 주지 스님들은 문중간 갈등, 육십이 넘은 스님이 갓 출가한 스님에게 한 표를 부탁하면서 위계 질서가 깨지는 등 10년간 여러 선거에서 나타난 악습을 열거하고 선거제를 성토했다.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은 “종단 선거에 들어가는 돈을 공적 자금으로 만들면 본사 하나, 병원 두 개를 만들지 모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돈이 쓰이고 있다”며 금권 선거의 문제를 지적했다.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은 “선거를 통해 자기 편 남의 편으로 나눠진 뒤로는 종단이나 산중을 위해 한 일이 없고 그대로 파벌로 나눠져 싸움을 하고 있다”며 “화합을 깨는 선거법은 부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망법(亡法)”이라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주지 스님들은 입후보 등록 - 선거 운동? 투표 등의 과정을 거치는 선거에서 입후보 등록과 선거 운동을 뺀 추대 형식의 선출 제도를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선거라는 이름을 조계종에서 영원히 삭제 추방했으면 한다”고 한 법타(은해사)스님을 비롯해 지성(동화사), 범여(선운사), 도공(법주사), 현문(통도사), 철안, 영조 스님 등 절반 이상이 선거 대신 ‘추대’로 총무원장, 교구 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을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스님들은 현재의 선거법을 잘 보완하면 타락 선거를 피할 수 있다면서 금품 수수의 경우, 당선 무효 등 엄격한 처벌을 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가장 큰 쟁점은 추대를 하든, 선거제를 유지하든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인원을 조정하는 것과 공명ㆍ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거인단은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별로 선출되는 선거인단 240명 등 321명에 이르는데, 이 숫자를 줄이자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차기 총무원장 선거는 1년 8개월, 중앙종회의원 선거는 1년 2개월 가량 남아 있고, 본사 주지 선거는 한 달에 2건 정도 열리고 있다.

법등 중앙종회의장은 종회내 각 계파의 의견을 수렴해 9월께 임시종회에서 종헌을 개정하고 오는 12월이나 내년 2월께 종법을 개정해 선거 제도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나, 각 문중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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