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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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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어머니의 양산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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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어머니는 양산 하나를 더 사신다. 먼저 쓰던 것이 아직 새것이어도 사고, 그렇게 사 놓은 것이 장롱에 여러 개 쌓여 있어도 사신다.

올해 일흔일곱이신 어머니가 처음 양산을 가졌던 것은 스무 살 때 우리집으로 시집을 오기 바로 전이었다고 했다. 양가의 부모가 정혼을 하고 나면 당시 강릉 풍속으로 남자의 집에서 여자의 집으로 양산이며 손지갑이며 손수건이며 분갑 같은 여름용품 일습을 보내주었는데, 근면과 검약을 인생의 가장 큰 덕목으로 알고 살아오셨던 우리 할아버지는 야속하게도 그 절차를 외면하셨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상심한 딸에게 대신 양산을 사주셨는데, 가장 좋은 베 한 필을 팔고 거기에 또 얼마를 더해서라고 했다. 그때와 지금의 베 값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 안동포 한 필 값이 7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번 단오 때 내가 강릉에 내려가 있는 동안 어머니는 꽃무늬가 화려한 삼천원짜리 양산을 사셨다. 전에 아들과 며느리들이 사 준 것들도 많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어머니 손으로 하나 더 사야 여름맞이가 된다고 하셨다. 이렇게 삼베 그늘과 양산 그늘 사이로도 세월은 가고 인생은 지나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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