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 박주영(FC서울)이 다시 한번 벼랑 끝에서 한국축구를 구해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은 16일 네덜란드 엠멘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대회 F조 조별리그2차전에서 후반 44분 박주영이 그림 같은 프리킥 동점골을, 3분 후 백지훈이 천금의 결승골을 터트리는 기적 같은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를 2-1로 꺾었다. 이로써 대표팀은 첫 승(1승1패ㆍ승점 3)을 신고하며 16강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박주영은 이날 온 국민을 울리고, 웃겼다. 박주영은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분 동료 안태은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하프 타임 때 “자기 실수 때문에 골을 내줬다”고 울음을 터트리는 GK 차기석의 눈물을 훔쳐준 그였기에 자괴감은 더했다. 전반 공중볼을 다투다 탈골 된 왼팔꿈치의 고통도 느끼지 못할 만큼 경기에 몰입했다.
‘엠멘의 기적’은 승리에 대한 열망과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다’는 오기로 똘똘 뭉친 박주영과 동료 태극전사들의 합작품이었다. 특히 박주영의 천재성은 경기 막판에 더욱 빛났다.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 동점골(후44분)도 그랬고, 이날 왼쪽 골대로 빨려 들어간 그림 같은 프리킥골 동점골도 그랬다.
졸음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TV 앞에서 새벽을 지켰던 국민에게 통쾌한 승전보를 선사한 박주영은 이날 역전승으로 자신의 축구인생에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또 한 줄 추가했다. 새벽에 날아든 엠멘발 낭보는 세파에 지친 서민들의 고단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엠멘=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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