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5회 만에 시청률 35.4% 시청률(TNS 미디어 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현실성을 토대로 보다 정교해진 여성 판타지’ ‘김선아의 코믹 연기’ ‘현빈의 매력’등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에 대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가장 큰 힘은 대사가 기발하고 상황설정이 코믹하다는 점. 그 중에서도 ‘숨어 있는 1㎝의 재미’를 찾자면 매회 등장하는 드라마 패러디를 빼놓을 수 없다.
1회에서 자신을 배신한 애인을 향해 삼순은 “다 부숴버릴 거야”(김수현 작가의 ‘청춘의 덫’의 명대사)라고 쏴 붙인다. 2회에서 진헌을 두들겨 패던 나 여사는 “아프냐, 나도 아프다”(퓨전 사극 ‘다모’)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진헌을 바라보며 ‘업둥이 아냐, 왜, 드라마에 잘 나오는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왕자님 말이야’라고 독백하는 삼순을 통해 신데렐라형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을 스스로 폭로한다.
3회에서는 진헌이 삼순에게 계약 연애를 요구하며 “얼마면 돼요?”(‘가을 동화’)라고 묻는다. 이혼한 언니 이영이 삼순에게 “난 내 동생 삼순이가 ‘돌아온 싱글’을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도 의미 심장하다. 경쟁 프로인 SBS 수목 드라마의 제목이 바로 ‘돌아온 싱글’이기 때문.
4회에서 바람난 남편 때문에 상심한 고객을 위해 피아노를 쳐 달라는 삼순의 주문에 진헌은 “꼭 드라마 따라 하는 것 같잖아요. 개나 소나 다 피아노야”라며 ‘파리의 연인’을 비꼰다.
5회에서 술에서 깬 진헌에게 삼순은 “냉장고에 계란 밖에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SBS 드라마 ‘봄날’을 연상시킨다. 로또 당첨과 같은 판교 분양에 대해 “혹시 알아 전산 오류로 당첨 될지”라고 말하는 언니를 향해 삼순이가 “내가 LK야?”라고 반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 주인공 강호가 전산 오류탓에 “세계적인 대기업 LK”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신입 사원’을 빗댄 대사다.
이 같은 전략은 시청자들과 문화적 코드를 은밀하게 공유함으로써 극중 주인공과 시청자들의 거리감을 좁히는 방식이다. ‘김삼순’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는 드라마 패러디 시도가 단순히 웃기기 위한 ‘말장난’에서 그칠지, 아니면 한 단계 더 나아가 패러디의 본질을 살릴 수 있는 ‘날카로운 웃음’이 될지 더 지켜볼 일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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