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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사 재발막자" 만경대 방명록 없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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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사 재발막자" 만경대 방명록 없애

입력
2005.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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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5 통일대축전 3일째인 16일 남측 정부대표단의 평양 일정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갑작스런 면담일정 변경으로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김 상임위원장은 당초 이날 오전으로 잡혀 있던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 정부대표단과의 면담을 오후 7시20분으로 늦추는 대신 오전 9시부터 30분간 민간대표단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리측은 “15일 밤 늦게 북측이 일정 변경을 요청해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정동영 장관과 김영남 위원장간 면담

정 장관은 이날 평양의 최고 리셉션장소로 이용되는 목란관에서 김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등과 함께 김 상임위원장을 찾은 정 장관은 먼저 지난 4월 남북 총리의 인도네시아 회동을 화제로 올렸다.

정 장관은 “이해찬 총리께서 안부를 전했다”고 말했고, 김 상임위원장은 “그 때 이 총리에게서 참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구면인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의 인연을 되새겼다.

이어 20분간 환담이 이루어진 뒤 정 장관은 김 상임위원장과의 단독 면담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북핵 포기 시 체제안전과 대폭적 지원’을 골자로 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고 6자회담 재개, 남북관계 개선 등 현안들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과 민간대표단간 환담

민간대표단과의 환담에서는 남측 정당에 대한 김 상임위원장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이 자리에는 우리측 정당 대표 4명 등 20여명의 민간대표가 참석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먼저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에게 “통일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부탁한다”고 인사말을 건넸고, 한 의원은 “제 고향이 평양이다”고 답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우리당 장영달 의원으로부터 “남북 정당 대표간 회담을 조속히 이뤄냈으며 좋겠다”는 교류를 제의를 받고서는 확실한 언질을 하지 않았다.

한라당 원희룡 의원이 “앞으로 한나라당도 평양을 자주 올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하자 그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통일을 해 나가자”고 답한 뒤 원 의원의 팔을 잡고 웃음을 지었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에게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듣고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한편 김 상임위원장은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문 목사님의 뜻을 잇기 위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계속 헌신하고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막식 연설을 한 법장 조계종 총무원장에게는 “연설 내용이 좋은데다 목청도 좋아 큰 심금을 울렸다”는 덕담을 건넸다.

폐막식과 참관행사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체육경기와 대축전 폐막식에서 백낙청 남측 민간대표단장은 폐막 연설을 통해 “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밑거름으로 더욱 힘차게 민족 화해와 통일로 가는 7,000만 겨레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앞서 남북 해외민간대표단은 이날 고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우상화 시설물을 전담 제작하는 북한 최대 종합미술창작단체인 만수대 창작사, 개선문 등을 참관했다.

특히 2001년 8ㆍ15 축전행사 당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방명록 파문’사건이 발생했던 만경대에서는 이날 방명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강 교수는 방명록에 친북적인 글을 남겼다는 여론의 역풍을 받았고, 이로 인해 임동원 당시 통일부장관이 사퇴했다. 불상사 재발을 우려한 남측은 미리 북측에 방명록을 치워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개선문에서 “4년 전 방북 당시와는 달리 평양거리의 ‘미제’ ‘원수’ 구호가 다 사라졌고, 평양시민의 태도도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장관과 정부 대표단은 이날 오전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평안남도 강서군의 덕흥리벽화무덤과 강서세무덤을 찾아 고구려 벽화와 고분을 관람했다. 정 장관은 “1,500년전 우리 조상인 고구려인의 기상을 한껏 느끼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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