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해외투자 활성화 조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자녀를 외국에 보내고 홀로 국내에 남은 ‘기러기 아빠’들이 합법적으로 해외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본인이 해외에 2년 이상 체류할 경우에만 30만 달러 이내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배우자가 2년 이상 체류해도 50만 달러(송금액 기준)까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 유학을 떠난 경우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국내에 남은 본인이나 아내의 명의로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해외유학경비 명목 등으로 여러 번 나눠 송금하고 이를 이용해 주택을 구입해 왔다. 해외유학경비의 경우 현재 연간 10만 달러까지 국세청에 통보 없이 송금이 가능하다.
재경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과 LA 등의 한인 주요 거주지역의 침실 3개 짜리 아파트 가격이 45만~50만 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합법적 해외 주택구입이 현실화한 셈이다.
더욱이 50만 달러는 송금액 기준이기 때문에 현지에서 주택담보 장기대출(모기지론) 제도를 이용할 경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고가의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부동산 취득시 30%정도의 자기 돈만 있으면 나머지는 모기지론을 통해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결국 50만 달러를 송금한다고 가정할 경우 160만 달러짜리 주택 구입도 가능하다.
또 개인이 주택 구입자금 송금시 규모에 상관없이 100% 국세청에 신고되던 것도 20만 달러 초과로 완화돼, 자금출처 조사 등의 부담감도 줄어든다. 재경부는 앞으로 이를 더욱 완화해나갈 방침이다.
이처럼 투자가 자유로워진 만큼 미신고자의 경우는 철저히 가려내 처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주택 구입자는 관련서류를 갖춰서 현행대로 한국은행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2년 이상 거주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즉시 허가가 나며, 이후 외국환은행을 통해 돈을 부치면 된다. 미신고자의 경우 1년 이내의 외국환 거래 정지 및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아울러 해외 콘도ㆍ골프장 회원권 구입도 한결 손쉬워진다. 과거에는 회원권을 취득한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국세청에 통보됐지만 앞으로는 5만 달러가 넘는 경우에만 통보된다.
또한 신고기관도 한국은행에서 외국환취급 은행으로 변경돼 앞으로는 일반 시중은행에 신고하면 된다. 또 자산운용회사의 해외부동산 취득절차를 간소화하고 리츠(REITs)에 대해서는 해외부동산 취득을 허용해, 개인들이 해외부동산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길도 대폭 확대된다.
자산운용회사는 해외자산운용을 위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신고하지 않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환란 이후 중단됐던 외환보유액의 민간기업 대출도 재개됐다. ‘통화스왑’(한은이 은행에 외환보유액을 주고 해당금액 만큼의 원화를 받는 것) 방식을 통해 은행에 지원된 외환보유액은 민간기업이 해외투자나 투자설비를 들여오는데 필요한 자금으로 대출된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은 외화자금을 싼 이자로 조달할 수 있고 기업 역시 1%포인트 정도 싼 이자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한은은 원화 회수를 통해 통안증권 이자를 절감할 수 있는 ‘윈-윈-윈’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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