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5 통일대축전’ 당국 대표단 일원으로 방북 중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방북 첫날인 14일 저녁 북한 내각총리 초청 만찬장에서 북한 전쟁영웅을 그린 영화의 주제곡을 부른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유 청장은 평양 만수대 예술극장 연회장에서 열린 만찬 중에 1970_80년 대 북한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곡인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불렀다.
29부작으로 된 이 영화는 6ㆍ25 전쟁 중 북한 스파이들이 미군 방첩장교 등으로 위장해 전쟁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줄거리다. 유 청장은 1990년대 말 북한의 문화유산 답사차 1개월간 북한에 체류하던 당시 안내원이 자주 부르던 이 노래를 배웠는데 만찬장에서 동석했던 북한 김수학 보건상이 “한번 불러 보시라”고 청해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북한의 시와 영화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유 청장의 부적절하고 가벼운 처신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문화에 유식한 유 청장이 이 주제가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측이 주최한 공식행사장에서 당국 대표단의 한 사람이 북한의 6ㆍ25 전쟁영웅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선뜻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 핵 갈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치러지고 있는 이번 행사가 ‘우리민족 끼리’를 앞세운 북한의 정치 선전에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터다.
과거 북한에서 개최된 남북행사 때 남측 방문단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남한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며 후유증을 남겼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유 청장이 아무리 언행이 분방한 교수 출신이라고 하지만 이런 전례에서 배우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란의 씨앗을 뿌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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