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여성 -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 서울서 19일 개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여성 -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 - 서울서 19일 개막

입력
2005.06.16 00:00
0 0

이제는 서울에 온 황금주(85) 할머니. 한창 나이의 정신대, 아니 종군위안부 노릇 4년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만주 등지로 끌려다니며 일본 병사들의 성 노리개로 목숨을 부지해야 했던 처절한 기억은 1993년 하와이대 종군위안부 인권 집회에 참석했던 노라 옥자 켈러씨에게 전승됐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켈러씨는 그 학교 재학 당시, 황 할머니의 증언을 듣고 소설을 쓰게 됐다.

1997년 미국서 발표된 ‘종군위안부(Comfort Womanㆍ바이킹 발행)’. 상상을 비웃는 한국 종군위안부들의 당했던 비극의 현장은 물론, 내면에 각인된 심리적 상태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망가뜨렸다는 사실까지 문학적으로 재현됐다.

도서 출판 밀알에서 번역된 책은 위안부의 참혹한 과거와 이민 생활의 현재는 그대로 살아남은 자들을 채근하는 송곳이었다. 구슬픈 흑인 영가 ‘여자는 이 세상의 검둥이(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에서 그려진 흑인 노예의 삶은 곧 황금주 씨가 감내해야 했던 질곡이었다.

그러나 이제 황씨는 단수가 아니다. 지구상 수 많은 황 할머니들은 더 이상 응달에 있지 않다. 그들의 숨이 다 하기 전, 또는 아직도 허덕이는 그들을 위해 한 판 마당이 한국땅에서 당당히 펼쳐진다. “이제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80개국 2,000명의 세계 여성학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구를 껴안으며(Embracing the Earth)’라는 화두로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이 펼쳐진다.

1981년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에서 출범, 3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여성학대회’가 올해로 9회를 맞아 서울로 왔다. 19일~24일 이화여대와 서강대, 연세대 등 신촌 일대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여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되고 있다..

‘경계를 넘어서:동 - 서, 남 - 북’이라는 주제로 5일간 열리는 이 대회는 최대 규모인 만큼 논문도 방대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여성이슈를 가지고 400여개 패널에서 무려 2,100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복잡하게 변해가는 여성의 지위문제와 성매매, 농업의 재편성과 여성 농업의 현황 등을 비롯해 아시아 여성들의 대중미디어 활용, 아시아 페미니즘 이론 등 특히 아시아 여성이슈를 따로 다룬 것도 눈길을 끈다.

20일 거투르드 몽겔라 범 아프리카 의회 의장의 기조 연설 ‘여성주의의 비전’으로 닻을 올린다. 9ㆍ11이후 상황에 주목해 여성에 대한 문화적 폭력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를 비롯, 전지구화가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 건강과 국가, 개발에 관한 여성주의적 개입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보고가 이어진다. 남성 중심의 리더십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번 행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다양성.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하면서 젠더와 환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생태학자 아이린 덴켈만과 페미니즘 과학 철학으로 명성이 높은 산드라 하딩 UCLA 교수, 2003년 슈왑 재단 네트워크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한 사회 사업가로 뽑힌 우칭 등의 다채로운 발제가 대회를 끌어 간다. 또 여성 정치학자인 비키 랜달 영국 에섹스 대학 정치학 교수는 여성 운동의 외연 확장에 대해 강조할 예정이다.

여성 운동 진영의 문제 의식이 지구화되고 지구적 네트워크가 활성화됨에 따라 국내의 정치 사회적 구조가 변화되며, 이는 여성들의 기회 확대라는 점이 논의된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장필화 이화여대 대학원 원장(여성학 전공)은 “8년간에 걸쳐 아시아 8개국 공용 여성학 교과서를 집대성할 계획인 만큼 이번 대회는 아시아 여성학의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줄 자리”라며 “국제적인 여성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지역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해 토론하는 ‘영페미니스트 포럼’에서는 ‘아시아 여성들이 아시아를 여행한다는 것’이라는 제하로 한국, 중국, 일본 여성들이 경험담을 중심으로 아시아 여성의 현실을 짚어 본다. 이외에도 ‘F선상의 미디어’라는 제하로 테크놀로지, 여성, 아시아라는 3개의 화두를 갖고 여성 미디어 아트 전시회를 21일~30일까지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에서 펼친다.

관련 행사도 풍성하다.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이 여성주의 영상미학과 영상운동사를 살펴보는 영상물들을 19일~24일 서강대학 메리홀에서 상영하고,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여성 노동자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정 폭력으로 죽음에 이른 여성들을 추모하는 행사도 대회 기간 중 열리며, 여성 폭력 근절을 주제로 하는 여성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02)3277-4246

조윤정기자 yj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