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뉴스분석/ '행담도' 감사 결과 발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뉴스분석/ '행담도' 감사 결과 발표

입력
2005.06.16 00:00
0 0

■ 靑 3인방 개입 확인하고도 면죄부

감사원이 16일 행담도 의혹과 관련,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모두를 검찰에 수사의뢰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 감사’, ‘면죄부감사’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행담도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것은 분명하다.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비서관의 경우 위원회 차원의 아무런 공식논의 없이 지난해 7월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9월 김 사장에게 정부지원 의향서를 써 줬으며 올 2월에는 채권발행과정을 두고 빚어진 도공과 김 사장간 분쟁에 개입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2월 김 사장에게 담보동의를 해주라며 도공 직원을 질책했고, 이어 건교부 차관에게 팩스를 보내 도공의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도 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행위가 정당한 직무범위와 절차를 위반한 것이지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며 이미 현직에서도 물러나 취할 조치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이들이 채권발행을 위해 김 사장을 돕긴 했으나, 도공이 끝내 담보동의를 거부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개입이 구체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추천서도 과장된 표현이 담겨 있지만 허위공문서로 볼 수 없으며, 금품이나 향응이 오간 증거도 없다는 게 감사원의 발표다.

하지만 감사원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개입 자체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고, 사업 추진에 끼친 영향도 상당하다는 반론이다.

실제 김 사장은 문 전 위원장의 추천서를 토대로 국제신용평가기관 한 곳으로부터 투자적격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청와대 인사들이 도와주려고 했던 김 사장의 채권발행이 시티증권과 외환은행의 자체 판단에 의해 편법ㆍ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감사원의 설명도 선뜻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의 행보도 석연치 않다. 감사원은 행담도 감사 초기만 해도 ‘유전 감사’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유전 감사 당시 허문석씨를 제때 출국정지 시키지 못해 구겨진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원 안팎에선 몇 일전까지 청와대 인사들이 수사 의뢰될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감사결과는 그 동안의 감사원 기류와는 큰 온도차가 있다.

윤순철 경실련 정책실장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개입사실이 다 드러나 있는데도 수사요청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법사위서 거친 공방

국회 법사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행담도 개발의혹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놓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정찬용 전 인사수석, 문정인 전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검찰 수사의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전형적인 ‘감싸기 감사’라고 몰아붙였다.

야당은 또 “이 사건의 몸통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을 조사하라”고 칼끝을 대통령쪽으로 돌렸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전윤철 감사원장과 함께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문 위원장 등이 행담도 사업과 S프로젝트를 혼동했다는 감사결과는 자기 자식도 못 알아봤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주범은 빼고 하수인만 엮어 넣은 엉터리 감사결과”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행담도 개발 의혹은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며 “대통령을 조사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전 원장은 “대통령이 뭘 잘못했느냐. 행담도 개발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됐고 대통령 관심은 S프로젝트였다”고 반박했다.

김재경 의원도 “감사원의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가져가 기소하면 전부 유죄가 날 것”이라며 “문 전 위원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빠진 것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감사원의 오늘 발표는 머리도 감추고 몸통도 감췄지만, 이 사건의 머리는 노 대통령”이라며 “문 전 위원장 등을 수사 의뢰하지 하지 않은 것은 그럴 경우 지시한 대통령까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전 원장을 향해서도 “감사원 때문에 국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데 하루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우윤근 의원은 “지금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권력이 무능하게 비쳐지는 마당에 감사원이 대통령을 두려워하면서 감사했겠냐”며 “범죄구성 요건에 대한 논쟁은 있겠지만 사실 관계를 숨긴 것은 없지 않느냐”고 감사원을 두둔했다.

양승조 의원은 “행담도 개발은 참여정부의 개혁 성과를 훼손시켰다”면서도 “잘못된 부분은 시정돼야겠지만 사업이 무산될 경우 손실을 감안할 때 사업 자체는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감사결과 및 남는 의혹

감사원 감사결과, 행담도 개발사업은 당초 외자유치 사업으로 추진되다가 김재복 EKI 및 행담도개발㈜ 사장의 개인사업으로 변질됐고, 이후 자금조달 능력이 없는 김 씨를 청와대 인사, 도로공사 사장, 건교부 간부, 금융권 관계자 등이 전방위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그러나 각 기관들이 김 씨의 개인사업을 이토록 무리하게 지원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답을 내놓지 못했다.

EKI와 도공간 불평등계약 체결배경 여전히 미스터리

도로공사가 지난해 1월 EKI와 체결한 자본투자협약은 이번 행담도사건의 시발점이었다. EKI가 요구하면 도공이 2009년 EKI의 행담도개발㈜의 지분을 1억500만 달러에 인수해 준다는 계약으로 불평등한 거래였다. 99년 사업 출발 당시 맺었던 개발사업협약의 ‘자기 책임 하에 자금을 조달한다’는 내용과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특히 당시 자문 법무법인과 실무진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오점록 당시 도공 사장이 계약 체결을 종용했던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오 전 사장은 “사업 중단 시 도공의 대외신인도 하락, 사업중단에 따른 분쟁 등을 우려해 계속 지원했다”고 주장했으나 설득력은 없어보인다.

정찬용 전 수석, 김 사장 언제 알았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은 김재복 씨를 언제 처음 만났는가도 의문점이다. 정 전 수석은 2004년 5월 서울대 문동주 교수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문제의 불평등계약 체결이후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정 전 수석을 처음 만난 시점이 2003년 9월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3자 대질조사를 했으나 시점에 대해 계속 다르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만난 시점이 만약 2003년 9월이라면, 정 전 수석이 2004년 1월 맺어진 문제의 불평등계약 체결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생기게 된다. 싱가포르 캘빈 유 대사가 정 전 수석에게 서한을 보낸 시점도 당초 알려진 5월이 아니라 2004년 2월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적어도 5월 이전에 정 전 수석이 김 씨를 알았던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 관계자의 오판 배경 의문

정 전수석,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장,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 등의 개입 사실이 확인된 때는 문제의 계약체결 이후 EKI의 8,300만달러의 채권발행 과정에서다.

이들은 행담도 개발을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판단, 정부지원의향서를 써주고 도공과 EKI의 분쟁에 개입했다. 이런 판단 근거에 대해 정 전 수석은 캘빈 유 대사가 보낸 서한과 김 씨와의 동행방문을 들었다. 하지만 대사 편지 한 장만 믿고 개인 사업을 국책사업인양 지원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EKI 채권발행과정의 ‘외압설’ 여전

올 2월 도공의 담보 동의거부로 EKI가 8,3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자 문 전 위원장, 정 전 비서관 등이 도공에 담보 동의를 요청했다. 도공은 끝까지 동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EKI는 곧 이어 주간사인 시티증권을 통해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채권을 매입한 곳은 공교롭게도 우정사업본부(6,000만달러)와 한국교직원공제회(2,300만달러)였다.

감사결과, 시티 증권이‘도공의 담보 동의거부’사실을 우정사업본부 등에 알리지 않았고, 채권발행 자금관리를 맡은 외환은행은 ‘도공의 담보 동의서’를 확보하지도 않은 채 불법적으로 EKI 쪽에 대금인출을 허용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석연치 않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