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휴대인터넷(와이브로ㆍWiBro) 기술이 미국 인텔이 주도해온 와이맥스(WiMAX) 무선인터넷 표준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돼 어렵게 개발한 국산 핵심 기술의 주도권을 사실상 외국업체에 넘겨주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그동안 세계 표준 주도를 목표로 애써 개발한 첨단 무선통신 기술을 외국 업체들과 나눠 가질 수 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이용경 KT 사장은 1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KT와 인텔이 광대역 무선인터넷 서비스 보급을 위해 폭넓게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 제휴의 골자는 KT가 내년 상반기중 와이브로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802.16 무선인터넷 표준’(와이맥스)과의 호환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주도해온 와이브로 기술을 와이맥스 표준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KT와도 제휴를 맺고 자기 진영에 국내 업체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원하는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인텔과 휴대인터넷 분야 협력 관계를 맺었고, KT는 지난 3월 와이맥스 포럼에 정식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인텔과 함께 와이맥스 포럼을 이끄는 이사가 됐다.
국내 업체들이 인텔과 협력관계는 맺는 과정에서 와이브로는 현재 와이맥스의 ‘이동형 서비스 표준 기술’로 제안된 상태다. 인텔 관계자는 “와이맥스 포럼은 이미 와이브로를 와이맥스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로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조차 외국에서는 와이브로 대신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맥스 표준으로 정식 채택된 기술은 다른 업체에 무료로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경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이 지난 3년간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이 해외 업체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특히 이들 해외 정보통신 업체들이 와이브로 장비와 단말기 시장에 대거 진출하게 되면 와이브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정통부의 IT839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휴대인터넷 기술표준의 대세는 와이맥스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고유 기술 표준만 고집하다가는 세계 시장에서 고립을 면할 수 없다”며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와이브로를 와이맥스 표준에 포함시켜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와이브로가 와이맥스 포럼에 포함됨으로써 국산 기술의 세계화에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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