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종합주가지수가 18포인트 급등하며 3개월 반 만에 다시 네 자리수대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내수 경기의 회복 등 뚜렷한 호재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덕분이어서 단기적으로 1,000포인트 안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물론 2월 말 1,000포인트 돌파 이후 900포인트 초반을 저점으로 다시 1,000포인트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일시적 조정을 받더라도 계단식 상승을 거듭, 중장기적으론 1,000선에 안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날 1,000포인트 탈환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의 5,000계약에 이르는 대규모 선물 순매수였다. 외국인들이 오후 들어 공격적으로 선물 매수를 시작하면서 이미 현물가격보다 높아져 있던 선물가격이 더욱 급등했고, 현ㆍ선물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 프로그램 매수가 1,300억원 이상 쏟아져 나왔다. 연기금도 444억원 순매수로 한몫을 했다. ‘기관의 힘’이 최대 매물벽이던 980~990선을 간단히 뚫고 1,000포인트에 안착케 한 동력이 됐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외국인 없이 국내 수급 만으로 저항력이 강한 매물대를 뚫고 1,000포인트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기관화 장세’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며 “유동성 장세의 주체가 과거 개인에서 기관으로 옮겨 왔다는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1,000포인트 돌파에 기여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내수 회복 및 기업이익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와 미국 및 세계 경기의 회복 가능성, 원ㆍ달러 환율 상승과 같은 대내외적 호재들이 1,000포인트 탈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도 “현 장세는 풍부한 유동성에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대가 가세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1,000포인트 돌파가 단기간에 ‘지수 1,000 시대’의 안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장기적 상승 흐름은 유효한 것으로 진단했다. 메리츠증권 서 팀장은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50달러를 넘어 고공비행을 하고 있고, 2ㆍ4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부담도 있다”면서 “과거 1,000포인트 돌파 때보다 거래량도 부족한 편이어서 안착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러나 2월 급등 당시에 비해 상승 각도가 가파르지 않고 계단식 상승 패턴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인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2ㆍ4분기 실적 호전주와 하반기 이익 모멘텀 증가가 예상되는 제약 반도체 은행 통신서비스업종 등을 중심으로 선별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SK증권 현 연구원도 “1,000선 돌파 이후 상승 속도는 둔화하겠지만, 저점과 고점이 차례로 높아지는 계단식 상승을 통해 네 자리수대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관이 선호하는 저가 대형주와 실적 호전주 등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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