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어마어마하고 기록이 방대하다”면서도 혐의 입증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민유태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 및 재판 기록만 1톤 트럭 1대분에 이를 정도로 조사할 게 많다. 기소 전 20일 동안의 구속기간에는 기소 중지된 범죄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정ㆍ관계 로비 등 나머지 의혹은 추후에 계속 수사해 나가겠다”고 수사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사는 (대우 임ㆍ직원들을 상대로) 이미 1차례 조사를 마친 내용을 재확인하는 성격이어서 하루하루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기간은 총 50일 정도로 예상했다.
4월 전직 대우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서 대법원은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해외재산도피 등 모든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지시’ 또는 ‘공모’했다고 인정한 바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중수부 관계자도 “김 전 회장이 큰 줄기를 다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검찰의 자신감이다. 민 수사기획관은 13일 “조사하다 보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 뇌물 1, 2건 정도는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이날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추궁할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해 봐야 안다”는 식의 대응이 대부분인 검찰이 웬만큼 확실한 단서 없이는 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는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모두 갖고 있다”고도 했다. 정ㆍ관계 로비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6시50분께 대검에 도착해 수사진과의 간단한 문답을 마친 뒤 북어국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 오전 11시께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점심은 된장찌개, 저녁엔 백반을 제공했지만 음식을 거의 넘기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조사 도중 자주 휴식시간을 요구해 검찰이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후 10시께 일단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진단서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한편, 조사 기간 중 의료진을 대검 인근에 대기시킬 방침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 편의’는 없다”고 못박았다.
김 전 회장이 조사받는 대검 11층 1113호 조사실은 20평으로 중수부 조사실 중 가장 큰데다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일명 ‘VIP룸’으로 불린다. 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고 최종현 전 SK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이 이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