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판교 신도시의 개발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현행 저밀도 개발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한나라당은 공영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지어 서민 주거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부동산 업계 일부에서는 고밀도로 전환해 중대형 주택공급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4일 시작된 판교신도시의 공공주택 용지 공급이 28일까지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 결론을 내야 하는 셈이어서 논의 자체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공영개발로 서민주거 안정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공영개발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공택지의 개발에서 분양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경실련은 공영개발을 통해 장기 임대 또는 영구 임대주택을 공급하되 중소형과 중대형을 혼합해 주택의 질을 높이고 투기를 막자는 입장이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판교 사업이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태에서 당첨시 예상되는 시세차익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값만 11조원,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은 23조원 급등했다”며 “공영개발 방식을 통해 현행 신도시 개발의 부작용을 차단, 집이 소유보다 거주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자연스레 투기 열풍이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파트값 내리기 시민모임 관계자는 “부유층의 주거공간 확충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공공택지를 조성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고급 주거지는 민간에 맡겨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도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아예 판교개발을 백지화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고밀도 개발로 중대형 공급 확대
강남 수요를 대체할 만한 곳으로 판교만한 곳이 없는데다, 신도시 용지 추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교 개발 밀도를 상향조정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판교는 현재 인구밀도 ha당 86명에 전체 공급주택 2만6,804가구가 들어서는 저밀도로 개발된다.
인구밀도가 분당(198명), 일산(176명), 파주(145명)보다 낮아 강남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곳에 지나치게 적은 주택이 들어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교신도시 인구밀도를 분당 수준으로 늘릴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가구수가 5만3,000여가구로 현재보다 2배 가량 늘어난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신도시 용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판교 개발밀도 상향조정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선호도가 높은 곳에 공급을 늘리면 심리적인 안정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실장은 “판교 주변 30㎞ 지역의 평균 밀도가 ha당 13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판교의 개발밀도를 ha당 95~100명 정도로 높이는 것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