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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경찰

입력
200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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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발견된 변시체의 주인공으로 오인돼 가족들이 장례식까지 치렀으나 20여일 만에 집에 돌아와 가족을 놀라게 했던 김모(67)씨(13일자 A8면)가 실제 가출기간에는 절도혐의로 구속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그러나 가족에게 가출한 김씨가 구속됐다는 통지를 하지 않았고, 지난달 18일 가족이 장례까지 치르는 과정에서도 구금된 김씨에 대한 전산망 확인을 제대로 하지않아 결과적으로 ‘장례소동’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4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4월1일 은평구 역촌동의 한 의류점에서 바지 3벌을 훔치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알고 지내던 ‘김OO’란 이름과 주민번호를 댔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은 육안으로 감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뭉개진 상태라 경찰은 김씨의 말만 믿고 불구속 입건한 뒤 풀어줬다.

경찰은 이후 이 사건에 대한 후속 조사를 하다 김씨가 말한 ‘김OO’가 본인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지난달 6일 역촌동 지역에서 김씨를 재검거했다. 경찰은 김씨의 가방에서 발견된 주민증을 통해 정상 절차를 거쳐 다음날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족에게 김씨의 체포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영장이 신청된 다음날인 8일 김씨 가족이 가출신고를 한 이후에도 가출자 전산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아 김씨가 경찰에 구속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다.

경찰 잘못은 또 있다. 지난달 15일 한강에서 변시체가 발견된 이후에도 김씨 가족의 말만 믿고 지문감식을 통한 신원확인도 없이 유족들에게 시신을 인계해 결국 엉뚱한 장례식을 치르게 한 것이다.

구속된 김씨는 법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집에 돌아온 10일까지 영등포구치소에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거주지를 끝까지 확인해 구속통지서를 가족들에게 보내야 했지만 본인이 거부해 그러지 않았으며, 가출신고가 접수됐을 당시에는 전산 입력작업이 늦어져 김씨 구속이 전산망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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