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외환보유국의 덩치에 걸맞게 해외투자 물꼬를 터, 환율상승을 통한 수출 측면지원과 이미 만연한 편법ㆍ불법 해외투자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
재정경제부가 15일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은 1997년 환란이후 유지되던 ‘유입 촉진ㆍ유출 억제’의 외환정책 기조가 ‘유입은 물론 유출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흑자로 늘어난 외환을 해외투자로 유도해 외환수급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외환보유액은 올 5월 말 2,061억 달러로 2,000억 달러를 넘어서며 과다 보유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결국 환율하락을 유발, 수출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국내에 넘쳐 나는 달러가 자연스럽게 해외로 나가며 환율이 안정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도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기업의 투자자금 등 외환의 해외유출 규모가 연간 10억~15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액(276억1,000만 달러)의 5%, 지난해 자본수지 흑자(83억2,000만 달러)의 5분의1 규모로 해외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이번 방안을 통해 불법ㆍ편법 투자를 제도권에 끌어들이겠다고 밝히면서도 막상 기존 투자에 대한 소급 신고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칫 이 조치가 ‘부유층의 해외 재테크 양성화’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몸을 사려 명실상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섣부른 해외투자 활성화가 막대한 투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해외투자가 무분별하게 대거 이뤄진 후 현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1980년대 일본의 해외 부동산 투자 붐의 경우처럼 장기불황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또 가뜩이나 내수회복이 필요한 판국에 국내 돈이 외국으로 빠져 나가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우려도 있다.
재경부 진동수 국제업무정책관도 “이번 조치는 해외투자 실상과 관련 제도간의 괴리를 줄이고 현실화하려는 첫 시도”라며 이번 대책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진 정책관은 또 “개인 해외투자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조치는 올 하반기에 종합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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