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달러(1억원)면 미국 대사가 될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외교 초보자’인 고액 정치 자금 기부자들이 대사 자리를 차지하면서 미국에서 정치 기부가 공관장 직위에 대한 ‘자리 세’ 성격을 띠게 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 로버트 터틀과 로날드 스포글리를 각각 영국과 이탈리아 의 신임 대사로 임명했다. 두 사람 모두 부시의 재선 성공을 위한 자금을 모집 총책으로 활약했던 인물들. 부시는 지난해 8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0만 달러 이상을 모은 30명에게 대사 자리를 안겼다.
돈과 대사 자리의 맞바꿈은 미국 정치에서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1938년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잉글랜드 갑부였던 존 F 케네디의 아버지 조 케네디를 영국 대사로 보냈고 69년 리차드 닉슨 시절 영국 대사 윌터 아낸버그 역시 출판 재벌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전체 대사 3명 중 1명을 거액 기부자로 채웠다.
부시 대통령과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두 대사직의 30%를 배정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24%. 모두 ‘정치 캠페인에 기여 여부에 따라 외교 총 책임자를 지명해서는 안된다’는 외교법(1980년 제정)을 무시했다. 심지어 71년 닉슨은 “대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25만 달러 정도는 내야 한다”며 돈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대사 자리가 즐기기 위한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인기가 높은 자리가 휴양지로 유명한 바하마 또는 런던과 파리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복잡한 무역 관계를 풀어야 하는 일본이나 앙숙 러시아는 손사래를 친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대사직 외에도 매관매직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20만 달러 이상 기부자와 텍사스 출신 인사들에게 5개 장관, 20개 주요 행정직을 포함한 알짜 자리 85개 이상의 감투를 씌워줬다. 뉴욕대학의 풀 라이트 교수는 “인사를 할 때 부시 대통령 만큼 개인적인 끈을 중요시 하는 대통령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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