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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고향에 가서 마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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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고향에 가서 마신 술

입력
200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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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나 설 때에도 고향에 닷새간 내려가 있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단오 때 닷새 동안이나 고향에 내려가 있으면서 그 중 나흘을 단오장 구경을 다녔다. 그리고 그 나흘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른 곳이 있다. 단오 신주(神酒)를 나누어 주는 곳이었다.

예부터 단오 굿당에 쓰는 술을 빚기 위한 준비는 봄부터 시작된다. 집안 형편에 따라 쌀 한 되를 내놓기도 하고 한 홉을 내 놓기도 한다. 그마저 형편이 안 되면 한 숟가락이라도 좋다.

올해도 수천 가구에서 조금씩 내놓은 쌀이 모여 100가마나 되었다. 그걸로 술과 수리취떡을 빚어 단오 행사장 입구에 전을 벌이고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단오 신주 한 잔씩과 떡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그 신주를 마시면 무병장수하고 또 한 해 동안 나쁜 일은 다 물러가고 좋은 일만 생긴다고 해서 어른들은 단오장에 갈 때마다 그곳에 들러 신주 한잔씩 얻어 마신다. 그것은 수천 가구에서 모은 쌀로 빚은 술이기도 하지만 대관령 동쪽 지방의 모든 논에서 나는 쌀로 빚은 술이기도 하다. 단오에 내려가지 못한 형제를 위해 신주 한 병을 따로 받아와 냉장고에 보관해두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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