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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아르맏운 기금' 첫 성금 전달/ "온정 지속돼야 재난의 상처 아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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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아르맏운 기금' 첫 성금 전달/ "온정 지속돼야 재난의 상처 아물죠"

입력
200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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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잊혀졌지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버스 운전기사였던 남편을 잃은 이모(58)씨는 당시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다리를 저는 신경성 질환을 앓고 있다. 서울에 사는 게 끔찍해 사고 직후 받은 보상금 1억7,000만원으로 경기 안양시 인근에 집을 마련하려 했으나, 건설업자가 부도를 내면서 집마저 경매에 넘어갔다.

생계를 잇기 위해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며 월 70만원을 벌고 있는 이씨는 다리 치료는커녕 중학생인 둘째딸의 학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엔 너무 오래된, 잊혀진 재난일 뿐이다.

아름다운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은 15일 과거의 재난과 재해로 인해 생계기반을 잃은 피해자와 유가족 20명에게 ‘E-아름다운 기금’ 6,000만원을 전달했다. 또 피해자와 유가족의 심리적 상흔(트라우마)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대구가족치료센터와 서울내러티브연구소 등 2개 단체에도 2,000만원의 성금을 지원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이랜드복지재단이 10억원을 출연, 아름다운재단과 공동 운영하는 E-아름다운 기금은 재난ㆍ재해 발생 당시 일회성 온정을 전하는 게 아니라 사고 이후에도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심리적ㆍ경제적 재건을 꾸준히 지원한다는 취지로 조성된 순수 민간구호기금.

재난ㆍ재해가 끝나 온정의 손길이 한 순간에 끊긴 이후에도 사고의 그늘에서 고통스런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이 기금은 이 날 처음 20명에게 300만원씩을 지원했다.

지원대상자는 이씨 외에도 대구지하철 참사로 부상당한 뒤 2년 후 담도암으로 사망했으나 사고와 사망의 직접적 인과관계 규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김모(31)씨, 2002년 김해 중국민항기 사고 당시 전신 화상을 입었으나 중국 당국의 일방적 치료지원비 중단으로 최소한의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정모(33)씨 등 20명이다.

이외에도 지난 4월 강원 양양 산불재해와 과천 화훼단지 화재로 생계기반을 잃은 피해자들과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의 취약계층 환자 등이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재단측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전국의 복지단체 등을 통해 지원대상자를 추천 받은 후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를 선정했으며, 추천인을 통해 전달된 기금은 치료비, 생계비, 자녀교육비 등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

E-아름다운 기금 공동사무국 홍정표 간사는 “재난·재해가 발생한 당시에만 긴급구호와 일회적인 온정이 물밀 듯 몰려들 뿐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관리나 지속적인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이번 지원은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재난ㆍ재해가 개인에게 남긴 심리적 트라우마 역시 사회적인 지원을 통해 치유되어야 한다는 취지를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아름다운 기금은 3개월 후 지원대상을 확대해 2차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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