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규제는 오히려 내 집 마련의 문턱만 더 높일 것이란 반론도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월 평균 8,000억원씩 늘어나던 주택담보대출은 4월이후 2조1,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커졌다. 이는 2003년(1조8,000억원)과 2004년(1조4,000억원)의 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웃도는 규모다. 최근의 집값 폭등이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무관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폭발직전 수준에 도달해 있는 집값 거품을 끄려면 주택담보대출을 ‘손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인하. 현재 40~60%로 되어 있는 LTV를 더 낮추자는 것이다. LTV를 낮추면 주택구입자금 대출한도가 그만큼 줄어 주택매입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부유층이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를 피해나가는 신종 수법으로까지 악용되고 있다.
이밖에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들이 LTV를 준수하고 있는지,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적정한지 등을 일제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LTV축소에 대해선 무용론과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 분당 용인 등 투기지역은 지금도 LTV가 40%로 묶여 있어 더 낮출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은행 LTV를 낮춰도 타 금융기관을 통해 얼마든지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만을 타깃으로 한 LTV인하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요즘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선 ‘은행에 담보대출이 있어도 추가로 수억원씩 주택담보대출을 해준다’는 보험사나 저축은행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며 “LTV인하는 오히려 서민들의 내집 장만 기회만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찬반양론 속에 특정지역, 특정계층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만 ‘선별적 집중규제’하자는 대안도 나온다. 강남·분당·용인지역만 규제한다거나, 1가구2주택 이상보유자만 규제하는 식으로 ‘버블 부문’만 강도 높게 메스를 가하자는 얘기다. 방법은 LTV의 축소일 수도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액 자체를 묶는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현 LTV 설정은 금감원의 ‘지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차제에 한은이 법적 강제력을 직접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한은법상 금통위는 금융기관 대출한도나 담보종류 자체를 제한할 수 있다.
과연 지금이 이런 긴급권한을 발동할 정도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한은도 특정지역·특정부문에 대해 대출·담보규제를 가할 수 있는지 법률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땅한 자산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은 앞으로도 주택담보대출 확대전략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7년말부터 새로운 은행 건전성규제 국제협약인 ‘바젤Ⅱ’가 발효되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가 50%에서 35%로 낮아져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쏠림현상’은 더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집값상승을 더 부추기고 중소기업 대출은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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