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구인단 주장
15일 헌법소원이 제기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위헌결정이 내려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과 다른 점은 이전 대상 기관에서 청와대 국회 대법원과 통일 외교통상 국방 법무 행정자치 여성 등 6개 정부 부처를 뺐다는 점이다.
지난해 헌재가 수도이전은 관습헌법 사항이기 때문에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수도는 청와대 국회 행정부처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있어야 하고, 청와대와 국회는 필수적”이라고 정의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대로라면 행정도시법에 의해 추진되는 정부부처의 이전을 수도이전으로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청구인단은 ‘수도분할, 수도해체’라는 주장을 폈다.
수도는 하나여야 하고, 이 또한 관습헌법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법이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150㎞ 떨어져 상주하게 함으로써 헌법적인 불문율(관습헌법)을 어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 해 결정문에서 “행정부처는 기구가 전문적이고 방대해 반드시 한 도시에 있을 필요는 없고,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정부조직의 분산배치는 정책적 고려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분산배치를 ‘정책적 고려’로 허용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기 드러내지 않았다. 헌재가 지난해 결정을 뒤집지 않는다면 결국 분산의 정도가 쟁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부처의 이전이 헌법 72조의 국민투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단은 정부부처의 대부분을 이전하는 것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므로 국민투표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의 국민투표는 대통령의 권한이지, 의무는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헌법소원을 주도한 이석연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행정도시건설 추진을 ‘밀어붙이기식 군사작전’ ‘마우쩌둥(毛澤東)의 하방(下方)정책’에 비유하며 맹비난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 건교부 반박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위헌 소송이 부당한 것인 만큼 반드시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교통부는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를 반영하고 국회의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여야 합의로 제정된 법률로 위헌 소지가 없다"며 "위헌소송은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특히 위헌소송 청구인단의 위헌 주장 논리를 일일이 반박하면서 위헌 소송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건교부는 이 법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동일 입법이라는 주장에 대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행정기능 중심의 복합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며, 더구나 수도 결정 요소인 국회와 청와대, 대통령의 통치 기능과 관련된 6개 부처가 서울에 잔류하기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또 수도 분할이 관습헌법이기 때문에 헌법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가 수도의 결정적 요소로 국회와 대통령 소재지만을 꼽은 바 있고, 이 법이 시행돼도 대한민국 수도는 여전히 서울로 돼있어 수도 분할이 아닌 만큼 헌법개정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건교부는 국민투표 필요성에 대해 "국가 안위에 관련한 중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납세자로서의 권리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청구인들이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익들은 대부분 기본권이 아닌 반사적 이익이고, 설령 일부 침해가 있었다 해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감수해야 할 사회적 수인(受忍)의 한계에 속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정부는 주관 부처인 건교부를 대리할 변호인단을 구성해 헌법소원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 헌법소원 재판 절차
헌법소원 사건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위헌’으로 결정된다. 청구인이 자격이 없거나 헌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닐 경우 ‘각하’ 결정을 하는데, 5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되면 3명의 재판관이 한팀이 되는 지정재판부에 배당돼 각하 여부를 심리하고, 이 중 1명이라도 각하에 동의하지 않으면 전원재판부로 회부돼 본격 심리에 들어간다. 전원재판부 회부 여부는 30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
공개변론이 법에 명시된 탄핵이나 정당해산 심판사건을 제외하고는 헌법소원이나 위헌제청 사건은 서류심리가 원칙이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공개변론도 가능하다. 지난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사건은 서류심리로만 진행됐다.
헌재는 청구인단과 정부 측이 제출한 서류검토와 자체 법리 판단이 끝나면 재판관 평의를 통해 결정문을 작성하고 선고한다. 원칙상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하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이진희기자
■ "충청인 우롱" 지역주민 반발 잇달아
충청지역 주민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위헌소송 제기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상임대표 이창기)는 15일 충남도청에서 위헌소송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위헌소송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데 분노를 느낀다”며 “국가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방이 단결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새 정치를 준비하는 사람들 모임’도 이날 회견을 갖고 “위헌소송 제기는 500만 충청인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행정도시 건설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행정수도추진 연기군 대책위원회 회원과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 회원 등 70여명도 이날 서울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을 우롱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반역사적인 책동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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